美평론가 상 받은 김혜순 “아시아 여자에게 줘 놀랍고 기뻐”(종합)

김미경 기자I 2024.03.22 15:21:51

시집 '날개 환상통'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한국작가 처음이자, 시 번역본 수상도 최초
"최근 10년 해외서 가장 많이 읽히는 시인"

김혜순 시인(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아시아 여자에게 상을 준 것이 놀랍고 기쁘다.”

시집 ‘날개 환상통’으로 미국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BCC 어워즈) 을 받은 김혜순(69) 시인이 이 같은 소감을 전했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에 따르면 시집 ‘날개 환상통’의 영어판인 ‘팬텀 페인 윙즈’(Phantom Pain Wings)는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뉴스쿨에서 열린 ‘2023 NBCC 어워즈’ 시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국 작가로는 첫 수상이자, NBCC에 시 부문이 생겨나고 번역본이 수상한 것도 처음이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은 김혜순 시인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를 통해 “전혀 수상을 기대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NBCC에 시 부문이 생겨나고 번역본이 수상한 게 최초라고 한다. 훌륭한 번역으로 오래 함께해온 최돈미 씨에게 감사하다”고 짧은 수상소감을 전했다.

‘날개 환상통’은 김 시인의 13번째 시집이다. 등단 40주년인 2019년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냈다. 지난해 5월 한국계 미국 시인 최돈미의 번역으로 미국에서 출간돼 호평 받았다. 지난해 말에는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시집 5권’에 포함도기도 해 수상의 기대감을 높였다.

김혜순 시인이 등단 40주년이던 2019년 펴낸 시집 ‘날개 환상통’(왼쪽)과 미국에서 번역 출간한 영문판 ‘팬텀 페인 윙즈’(Phantom Pain Wings)의 표지(사진=문학과지성사·한국문학번역원 제공).
이광호(문학평론가) 문학과지성사 대표는 지난 2022년 시집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출간 간담회에서 “지난 10년간 가장 많이 해외에 소개되고 상을 많이 받은 시인”이라며 김혜순 시인을 소개한 바 있다. 이 대표는 “김혜순의 시를 읽는 것은 이제 세계 독자들과 함께 읽는다는 것과 같다. 한국 문학의 동시대성을 획득한 작가”라고 했다.

‘날개 환상통’ 해설을 통해서는 “그의 시는 ‘미시 파시즘’과 싸워야 할 이유가 선명해진 ‘촛불과 미투의 시대’, 그 근원적인 층위에 가장 먼저 도착해 있다. 적어도 지난 40년 동안 문학 언어의 정치적 급진성에 있어 김혜순보다 뜨거운 언어를 찾기란 쉽지 않다”고 평했다.

김 시인은 197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분에 입선한 뒤 1979년 문학과지성을 통해 시단에 등장했다. 이후 ‘또 다른 별에서’(1981), ‘아버지가 세운 허수아비’(1985), ‘우리들의 음화’(1990), ‘불쌍한 사랑 기계’(1997), ‘한잔의 붉은 거울’(2004), ‘피어라 돼지’(2016),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2022) 등의 시집을 냈다.

1989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임용돼 2021년까지 강단에 섰다. 김수영문학상, 미당문학상, 대산문학상, 캐나다 그리핀 시 문학상, 스웨덴 시카다상, 삼성호암상 예술상 등 국내외에서 수많은 상을 받았다.

NBCC는 미국의 언론·출판계에 종사하는 도서 평론가들이 1974년 모여 만든 비영리 단체다. 1975년부터 매해 그 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영어로 쓰인 최고의 책을 선정해 시·소설·논픽션·전기·번역서 등 부문별로 상을 수여한다.

2019년 6월6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2019 그리핀 시문학상’ 시상식에서 최종 수상소감을 말하는 김혜순(왼쪽) 시인과 시집 ‘죽음의 자서전’을 번역한 최돈미 시인 겸 번역가(사진=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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