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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동료들 탈출 도와달라" 美 3대 언론, 바이든에 SOS

김보겸 기자I 2021.08.17 11:46:10

NYT·WP·WSJ "200여명 목숨 위태로워"
아프간, 미군철수 3달만 탈레반 손아귀에
공항으로 탈출하려는 시민 몰려 아수라장

카불을 떠나 카타르로 향하는 미 공군 C-17 전투기에 아프간 민간인들이 탄 모습(사진=Defense One)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국 3대 언론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아프가니스탄 사태로 위험에 처한 언론인과 관계자 200여명의 대피를 도와달라 호소했다.

16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3대 주요 언론사의 발행인들이 이날 바이든 대통령에게 아프간 수도 카불 공항에서 위험에 처한 언론인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20년간 헌신해온 언론인들 구해달라”

이들은 공동서한에서 “지난 20년간 아프간 동료들은 NYT와 WP, WSJ가 이 지역 뉴스와 정보를 전 세계와 공유할 수 있도록 힘든 줄도 모르고 일해 왔다”며 “3개 언론의 기자와 직원, 그들의 가족 등 204명이 카불에 갇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언론인과 그 가족들이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도록 세 가지를 요구했다. 우선 미국이 통제하는 공항을 보호하고, 공항 입구까지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항공편으로 안전하게 아프간을 빠져나오도록 해 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사항이다.

이들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에게도 ‘긴급 요청’ 이메일을 보내 언론인 등이 카불의 관문인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후속 항공편을 안전하게 기다릴 수 있도록 대기 시간동안 군부대 근처로 이동시켜 달라고도 요청했다.

16일 카불 대통령궁을 장악한 탈레반군 (사진=알자지라)


◇탈레반, 미군 철수하자 빠른 속도로 아프간 장악

아프간은 20년 만에 다시 탈레반이 정권을 잡았다. 탈레반은 지난 2001년 9·11 테러 직후 범행 배후인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넘기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다가 미국의 침공으로 쫓겨났다. 하지만 지난 5월부터 미군이 본격 철수하면서 탈레반은 빠른 속도로 다시 아프간을 손에 넣었다.

탈레반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아프간 정부의 항복을 받아내고 수도인 카불을 점령했다. 다음날인 16일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는 아프간에서 탈출하려는 수천명의 내·외국인이 공항 활주로에 몰렸다.

카불의 관문인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시민들의 차량들이 들이닥친 모습(사진=AFP)


◇아프간 엑소더스…비행키 바퀴에 매달리기도

아프간을 벗어나는 항공기에 먼저 타려는 사람들이 뒤엉키며 아수라장이 됐다. 트위터에는 끝도 없이 많은 시민들이 공항을 향해 뛰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올라왔다. 활주로를 장악한 시민들은 문이 열린 여객기 안으로 밀고 들어가기도 했다.

1975년 남베트남 패닉 당시 ‘사이공 탈출’을 연상케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WSJ는 이날 미군 철수 이후 순식간에 아프간에 함락된 상황을 “스테로이드를 맞은 사이공”이라고 표현했다.

아수라장 속에서 사망자도 나왔다. 아프간 현지 언론 톨로뉴스에 따르면 항공기 아래 쪽에 매달려서라도 위험천만하게 탈출을 시도한 시민들이 추락해 숨지는 참극이 벌어졌다. 세 명이 매달린 채 항공기가 이륙한 상황에서 바퀴에 매달린 두 명이 추락해 사망한 것이다.

패닉에 빠진 시민들을 제지하는 과정에서도 사망자가 나왔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미군 발포로 공항에서 아프간인 여러 명이 사망했다.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발포하는 바람에 민간인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한 미국 관리는 로이터에 “공항에 몰려든 군중이 통제 불능 상태였다”며 “발포는 혼란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탈레반, 아프간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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