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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남성 A씨는 지난해 어느 날 야간에 경북 영천시의 B씨 소유 창고 앞마당(이하 이 사건 마당)에 B씨의 허락 없이 주차를 했다가 주거 침입 혐의로 기소됐다.
피고인 A씨는 재판에서 해당 장소는 지적도상 도로이자 국유지이므로 피해자 B씨의 주거지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에 진입하기 위해 필요한 이 도로에 대한 B씨의 무단 점유를 제거하고 다시 공로로 반환하기를 요청하는 차원에서 피해자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조용히 주차하고 귀가했을 뿐 주거 침입의 고의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인 대구지법은 지난해 11월, A씨가 주차한 곳은 주거침입죄의 위요지(건조물에 딸린 주변 땅)에 해당해 B씨의 주거의 평온이 사실상 침해됐다며 A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마당이 도로이자 국유지라고 하더라도 B씨가 주거지 진입로 및 창고 마당으로 사용하며 사실상 권한을 행사해 온 곳으로 보이며, B씨가 이 사건 마당과 창고, 그 위의 주거지에 이르는 진입로 길목에 철제 출입문과 사유지임을 알리는 표지를 설치했다”며 “진입로 위쪽으로는 B씨 창고 및 주거지 등을 둘러싼 화단을 설치해 놨고, B씨가 A씨의 차량 주차 사실을 알게 된 후 위 진입로상의 철제 출입문을 닫아 A씨가 차량을 빼내지 못한 사실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A씨는 1심 재판부의 법리 오해 및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A씨가 B씨에게서 어떤 명시적·묵시적 승낙을 받지 않은 채 주거 침입의 고의를 갖고 B씨가 점유하는 이 사건 마당에 차량을 진입해 주차했으니 B씨 주거의 평온을 해하는 주거 침입에 해당한다는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주거 침입’은 주거를 관리하는 사람이 누리는 주거에 대한 사실상의 평온 상태를 그 보호 법익으로 하는 것으로, 해당 장소가 피해자의 실질적인 소유인지 여부와 관계없다”며 “A씨가 차량을 주차한 이 사건 마당은 지적도상 도로이자 국유지에 해당하기는 하나 위 도로 부지는 실제 도로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았고, B씨는 위 도로 부지 중 ‘이 사건 마당을 포함하는 B씨의 집 마당을 지나는 부분’을 자신의 주거지 진입로 및 마당으로 사용하면서 사실상 권한을 행사해 온 것으로 보이며 A씨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사건 마당은 차량으로 진입 시 B씨 및 B씨 가족의 사유지인 임야 지상의 진입로를 150m 가량 지나야만 한다”며 “A씨 등 마을 주민들은 B씨가 이 사건 진입로 입구에 사유지임을 알리는 표지를 설치해 놓은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이에 대해 일부 이웃 주민들은 B씨의 동의를 받아 이 사건 진입로를 이용하고 있으면서 별다른 분쟁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도 집을 지을 목적으로 B씨의 사유지인 이 사건 진입로를 사용하게 해 달라며 B씨에게 여러 차례 진입로 사용을 요청하기도 했다”고도 덧붙였다.
B씨의 사실 인지가 늦었으니 B씨의 주거 평온을 해친 것이 아니지 않냐는 A씨 측 주장에 대해선 “A씨가 주차하고 떠난 거의 직후 B씨는 잠에서 깨 항의를 하러 A씨 집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B씨가, 야간에 집 마당으로 들어와 차량을 주차해 두고 간 A씨의 행위에 대해 불안감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A씨는 이 사건 범행으로 B씨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 상태를 깨뜨렸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