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2. 전기 탱크가 교전 중에 배터리가 닳아 멈춰버렸다. 디젤 탱크라면 연료를 주입하면 그만이지만, 가까운 충전소로 견인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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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유소 사라지는데 배겨낼 수가
31일 수소에너지업체 에이치앤파워가 작성한 ‘신재생에너지(수소, 전기) 적용 장비 도입에 따른 군 에너지 정책 방향 연구’ 보고서를 보면 군의 고민이 읽힌다. 보고서는 탄소 중립이 육군 에너지원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자 국방부 의뢰로 작성했다.
우선 석유 인프라가 약해지면서 수급 차질이 예상된다. 2021년 기준 전국 주유소는 1만1378개, 유조차는 1만4140대다. 2017년과 비교해 주유소(1만2007개)는 5.2%, 유조차(1만4954대)는 5.4% 줄었다. 보고서는 “비상 상황에서 공급자원 부족으로 작전 수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유소 감소는 표면적 위협이다. 근본적으로는 내연기관 차량 퇴장이 관건이다. 현대차만 하더라도 2045년 넷 제로를 목표로 2040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후 앞으로는 전기나 수소 기반의 친환경 차량만 제조·판매할 계획이다. 여타 완성차 제조사도 이런 흐름을 타고 있다. 주유소가 줄어든 이유는 이런 이유에서다.
사실 전력화 측면에서도 디젤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열과 소음 발생 정도가 친환경 차보다 심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적에 노출될 여지가 커서 작전을 수행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달리는 게 디젤의 단점이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디젤보다 조용해서 밀행 능력이 뛰어나고 열 감지에서 보다 자유롭다.
◆ 배터리 방전되면 싸우다 후퇴?
그러나 친환경 차가 단숨에 디젤차를 대체하기에는 한계다. 최우선 관건은 주행 거리다. 군용차량을 ▲내연기관 ▲전기 배터리(EV·전기차) ▲수소연료전지(FCEV·수소차) 등 세 가지로 구분해 기동거리로 작전 적합도를 평가한 결과 전기차가 가장 열위였다.
보고서는 “육군 작전 이동반경을 100km로 가정하면 왕복으로 200km 범위 이상 기동 거리를 충족해야 한다”며 “내연기관과 수소차는 500km 이상 기동하는데 전기차는 200km 정도라서 작전 활용도가 낮다”고 평가했다. 현재 기술로 전기차 최대 주행거리가 400km 남짓인 점을 고려해도 기준치 미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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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원이 군용 모빌리티를 어느 범위까지 수용하는지도 관건이다. 전기차는 수소차보다 중량과 부피가 큰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기동성이 떨어지는데, 절대적으로는 대형 차량일수록 이런 능력치가 저하되는 탓이다. 수소차는 내연기관과 대등한 수준을 보였다.
◆ 디젤 활용하며 수소로 출구전략
이제껏 ▲친환경 적합도 ▲기동거리 ▲연료 조달·충전 시간 ▲범용성 등을 고루 평가한 결과 셋 가운데 수소차가 제일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고 보고서는 평가한다.
다만 수소차의 최대 단점은 빈곤한 연료 충전 시설이다. 수소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장기적으로 나아갈 방안이지만, 시간과 비용이 든다. 무엇보다 이 시간을 견뎌낼 대안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육군은) 내연기관을 지속적으로 활용하면서 수소차로 전환하는 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육군 편제 및 부대별로 에너지전환 수요를 파악해 하고, 연차별 수요 예측을 통해 에너지 전환과 관련한 핵심목표들을 수치화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