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병원 서울시 제대혈은행 등 제대혈 관리 허술…검찰 고발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서울특별시 제대혈은행과 차병원, 동아대병원, 녹십자 제대혈은행(녹십자랩셀) 등 4곳이 제대혈 관리를 허술하게 해오다 보건당국에 적발됐다.

사진=이지현 기자

보건복지는 지난 2월 21일부터 6월 30일까지 제대혈 은행과 관련 연구기관 총 40곳을 대상으로 연구용으로 제공된 부적격 제대혈의 사용 실태를 전수조사했다. 지난해 차병원에서 제대혈 부정사용으로 적발된 이후 후속 단속을 실시한 것이다.

제대(臍帶·배꼽띠)혈은 임신 중 태아에게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탯줄에 있는 혈액이다. 적격 제대혈은 다양한 조혈모세포와 줄기세포를 포함하고 있어 백혈병, 재생불량성빈혈 등을 치료하기 위한 이식목적으로 보관 사용되고 있다.

반면 세포수가 부족한(8억개 미만) 제대혈은 이식에 적합하지 않아 폐기가 원칙이나, 예외적으로 정도관리나 연구용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연구기관에서는 이같은 부적격 제대혈을 활용해 중간엽 줄기세포 등을 증식·배양하고 이를 난치병치료제로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는 연구용 부적격 제대혈을 공급·사용하는 기증 제대혈은행 9곳, 제대혈 연구기관 31곳이었다. 이들 연구기관이 수행한 제대혈 연구과제는 모두 105건이었다. 연구용으로 공급된 부적격 제대혈은 1만 4085유닛이나 됐다.

차병원은 산모로부터 기증받은 연구용 제대혈(탯줄혈액)을 차광렬 차병원 그룹 총괄회장과 가족들에게 불법으로 시술해 문제가 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이같은 사례는 적발되지 않았으나 관리상 미비점이 발견됐다.

서울특별시 제대혈은행과 녹십자 제대혈은행(녹십자랩셀)은 부적격 제대혈을 폐기한 것으로 기록한 후 신고 없이 공급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아대병원은 부적격제대혈의 신고 수량을 초과해 보관하고 있었다. 차병원은 제대혈 공급 시 산모이름을 삭제하지 않고 공급했다.

제대혈법 제27조 제3항(제대혈 공급신고의무)을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복지부는 4개 기관을 고발조치하기로 했다. 비밀누설금지의무를 위반한 차병원에 대해서는 과태료 150만원 처분을 내렸다.

보건당국은 앞으로 일정 수량의 부적격 제대혈도 적격 제대혈처럼 제대혈정보센터에 등록해 부정관리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제대혈은행이 제대혈정보센터의 승인 없이 무단으로 연구기관에 공급하거나 허위로 신고하고 공급한 행위에 대한 처벌조항도 실설키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제대혈이 가치 있게 사용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