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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스의 슈리칸트 칼레 퀀트 애널리스트는 헤지펀드와 은행, 기업, 가계 등을 포함한 국경간 엔화 차입 잔액이 2021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67% 증가해 360조엔(약 2조3000억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그는 “지난 30년간 가장 큰 캐리트레이드 축적”이라며 무질서한 청산이 글로벌 시장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엔 캐리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거나 수익률이 높은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다. 일본의 초저금리가 수십년간 지속되면서 헤지펀드부터 개인투자자까지 이를 활용했다.
하지만 일본의 금리 정상화로 전제가 달라지고 있다. BOJ는 지난 18일 기준금리를 1.25%로 인상했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7월 엔화가 40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자 960억달러 규모의 공동 엔화 매수 개입에도 나섰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무질서한 엔화 시장은 강제적인 포지션 청산을 촉발해 글로벌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엔 캐리 청산의 충격은 2024년 확인됐다. 당시 BOJ의 금리 인상과 미국 고용지표를 계기로 엔화가 급등하면서 레버리지 포지션이 대거 청산됐다. 일본 토픽스지수는 하루 만에 12% 급락했고 미국과 유럽, 아시아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비트코인은 며칠 사이 16% 떨어졌다.
이번에는 일본 기업의 해외투자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씨티에 따르면 일본의 해외직접투자(FDI) 잔액은 지난해 384조엔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넘어섰다. 2014년에는 GDP의 20% 수준이었다. 일본 비금융기업이 보유한 해외자산도 은행과 연기금, 보험사를 넘어섰다.
오사무 다카시마 씨티 수석 외환 애널리스트는 일본 기업의 해외투자 역시 구조적으로 일종의 엔 캐리 포지션이라고 분석했다. 저금리 엔화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달러 강세를 누릴 수 있었기 때문에 기업들이 해외투자를 적극적으로 헤지할 유인이 적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고 일본 금리가 계속 오르면 이 흐름이 역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기업과 금융기관이 해외 달러 자산을 헤지하거나 자금을 일본으로 돌릴 경우 미 국채를 비롯한 글로벌 자산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미즈호은행의 나카지마 마사유키 수석 전략가는 “일본은 미국에 대한 최대 해외직접투자국”이라며 “이 흐름이 역전되면 글로벌 시장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엔화 움직임과 BOJ의 추가 금리 인상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달러당 157엔 안팎인 엔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강세를 보이면 금리 차를 활용한 캐리트레이드의 수익성이 떨어진다.
다만 엔 캐리트레이드가 곧 대규모 청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의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다. 일본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 때문에 BOJ가 금리를 빠르게 올리기 어렵고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도 상당 기간 유지될 수 있다는 반론이 있다.
도이체방크의 오모리 쇼키 수석 금리전략가는 엔화 개입 이후 엔 캐리트레이드가 끝났다는 주장에 대해 “시장의 구조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 교수는 일본 금리가 정상화되기 시작한 만큼 엔화가 세계 금융시장의 저비용 조달 통화로 기능했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시장의 관건은 엔 캐리트레이드의 존재 자체보다 2조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되는 포지션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되돌려지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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