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면서 벤처캐피털(VC)·프라이빗에쿼티(PE) 업계에서는 우려보다 안도에 무게를 둔 평가가 나온다. 상장사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일괄적으로 차단하기보다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와 첨단산업의 자금조달 필요성을 함께 따지는 방식으로 기준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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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지난 6일 '중복상장 원칙금지·예외허용을 위한 세부기준 거래소 규정과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적용 대상은 상장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비상장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시키는 경우다. 물적분할 자회사뿐 아니라 인수·신설 등을 통해 형성된 모자회사도 포함된다. 모회사 이사회는 주주영향 평가, 주주보호 방안 마련, 주주소통 또는 주주동의 확인, 이사회 찬반 결의, 공시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실제 한컴인스페이스는 지난해 프리IPO 투자를 유치했지만 올해 2월 상장예비심사에서 미승인을 받으며 FI 회수 불확실성이 커진 사례로 거론된다. LS에식스솔루션즈도 2억달러 규모 프리IPO 투자 유치 과정에서 기업가치 약 1조4500억원을 인정받았지만, 일정 시점까지 상장하지 못할 경우 약정 수익률을 보장하는 조건이 투자자 부담 요인으로 부각됐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이 같은 우려를 일부 덜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첨단산업의 경우 독자적 자금조달 필요성이 크고 적시 연구개발 투자가 사업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상장 정당성 판단 요소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바이오·인공지능(AI)·반도체 등 딥테크 기업은 매출보다 기술력과 성장성을 바탕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경우가 많아, 상장사 자회사라는 이유만으로 IPO 가능성이 닫히지는 않는 셈이다.
다만 모든 딥테크 자회사가 부담을 덜게 된 것은 아니다. 매출, 영업이익, 자산이 모두 모회사 대비 10% 미만인 저비중 자회사는 주주동의 면제 가능성이 열렸지만, 예상 기업가치를 고려할 때 중요 자회사로 인정되면 특례를 적용받기 어렵다. 실적은 작지만 몸값이 큰 바이오·AI 기업은 모회사 시가총액 대비 예상 기업가치가 주요 심사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
FI 회수 목적만으로 추진되는 자회사 IPO에도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전망이다. 가이드라인은 단순히 FI와의 상장 조건부 계약 이행이나 투자회수 목적으로 중복상장을 시도하는 경우 주주보호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대기업의 중복상장은 제한하되 성장자금이 필요한 딥테크 기업에는 비교적 유연한 기준을 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IPO 시장이 위축된 상황인 만큼 독립성, 자금조달 필요성, 밸류에이션을 설득해야 하는 부담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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