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0년대 美 반출된 조선 후기 문집 책판 3권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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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연 기자I 2026.02.09 10:19:14

국가유산청, 미국인·재미동포 소지자에 기증받아
척암선생문집·송자대전·번암집 등 3권
"해외 소재 문화유산 환수·보존·활용 힘쓸 것"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국가유산청은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과 지난 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소재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에서 조선 후기와 일제강점기 제작된 ‘조선 후기 주요 인물 문집 책판 3점’을 미국인과 재미동포 소장자로부터 각각 기증받았다고 9일 밝혔다.

(사진=국가유산청)
책판은 저작물, 불경 등을 간행하기 위해 글씨를 새긴 나무 판이다. 이번에 기증받은 책판은 척암선생문집·송자대전·번암집 등 3권이다.

이번에 기증되는 유물들은 1970년대 초 한국에서 근무했던 미국인들이 기념품으로 구입해 미국으로 가져갔던 책판들이다. 당시 국내에서 도난 혹은 분실된 책판들 중 일부가 기념품으로 둔갑해 외국인들에게 판매돼 해외로 반출된 과정을 보여주는 데 의의가 있다.

‘척암선생문집’ 책판(1917년 판각)은 을미의병(1895년) 당시 안동지역 의병장으로 활약했던 김도화(1825~1912년) 선생의 문집 책판이다. 당초 1000여 점이 있었고 2015년 ‘한국의 유교책판’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19점이 일괄 등재된 상태다.

기증받은 책판은 1970년대 초 미국 연방기구인 국제개발처(USAID) 한국지부에 근무하던 미국인 애런 고든이 한국 내 골동상으로부터 구입한 뒤, 미국으로 가지고 온 것이다.

2011년 애런 고든 사망 이후 그의 부인이 보관하다 2025년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에 기증 문의를 했고 재단 미국사무소에 인계돼 기증 반환됐다.

‘송자대전’ 책판(1926년 판각)은 조선 후기 유학자 우암 송시열(1607~1689년)의 문집과 연보 등을 모아 만든 것으로, 1787년 첫 간행됐다. 1907년 일본군에 의해 책판이 전량 소실됐다가 1926년 송시열의 후손과 유림들이 복각했다. 현재 복각한 책판 1만 1023점은 1989년 대전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상태다.

미국인 소장자 애런 고든이 앞서 ‘척암선생문집’ 책판과 함께 한국 내 골동상으로부터 구입해 미국으로 가지고 와 여동생인 앨리시아 고든에게 선물한 것으로 이번에 함께 반환됐다.

한편 ‘번암집’ 책판(1824년 판각)은 조선 후기 문신관료이자 영조와 정조시기 국정을 함께 이끈 핵심인물이었던 번암 채제공(1720~1799년)의 문집 책판으로, 전체 1159점 가운데 358점만 현존하고 있다. ‘척암선생문집’ 책판과 함께 2015년 ‘한국의 유교책판’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일괄 등재된 상태다.

이 책판 역시 1970년대 초 한국에서 근무했던 한 미국인이 한국 골동상으로부터 구입한 뒤 미국으로 가지고 와 재미동포 김은혜씨 가족에게 선물한 것이다. 소장자 김은혜씨는 이 사실을 파악한 재단 미국사무소 측의 기증 제안을 받고 수락해 기증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이번 기증 과정에서 과거에 문화유산을 전통문화상품으로 둔갑해 국외로 반출된 사례들을 확인한 만큼, 유사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본다”며 “국내외 관계기관과 협력해 미국 내 추가 사례를 발굴하고 자진 반환을 유도하기 위한 후속 조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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