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금기로 여겨졌던 일요일 영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헌법이 일요일을 휴식과 정신적 고양의 날로 못 박고 있다는 이유로 100년 가까이 영업 금지 규정을 지켜 왔다. 하지만 경제 성장이 사실상 멈췄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현실에 맞게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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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구멍가게 주인들은 일요일에 빵만 팔아서는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베를린 도심 미테 지구의 한 가게 주인은 셔터를 내리되 문을 살짝 열어둬 단골들이 우유와 채소를 사러 몰래 들어오게 한다. 귀네스는 아예 문을 열고 식품을 팔아 왔다. 그 덕에 일요일 매출이 전체의 40%에 달한다. 이제는 일요일에 닫으면 가게를 접어야 하는 처지다.
단속이 촘촘하지 않은 것도 이런 관행을 키웠다. 일요일 노동을 제한하다 보니 정작 단속에 나설 인력이 모자라, 민원이 들어올 때만 현장에 나간다.
기준이 아리송한 것도 문제다. 법조계는 금지되는 ‘일요일의 노동’과 허용되는 ‘일요일을 위한 노동’을 나눈다. 오이나 콜라는 이동 중에 먹을 수 있어 간식으로 분류돼 팔 수 있지만, 애호박이나 콩 통조림은 그럴 수 없어 금지된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여느 나라와 다를 바 없던 상점가가 일요일이면 셔터를 내려 도심이 텅 비는 이유다. 베를린의 한 유기농 매장은 법을 준수해 일요일이면 매장 안에 차단벽을 세워 손님을 빵 코너와 냉장고 두 곳으로만 유도한다.
하지만 독일 경제가 2019년부터 성장이 멈춰 서고 미국의 관세와 중국과의 경쟁에 밀린 제조업체들이 일자리를 줄이면서, 오래된 규정도 흔들리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최근 경기 부양책을 내놓으며 시립도서관 개방과 제빵사의 일요일 영업시간 연장을 허용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조치지만, 이는 오히려 유통업계의 반발을 키웠다.
소매업계는 한 발 더 나아가 프랑스나 이탈리아처럼 규제 대부분을 없애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슈테판 겐트 독일소매연맹(HDE) 전무는 “경제는 끔찍하고 소비 심리도 나쁘다”며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막을 때인가”라고 반문했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의사와 조종사, 버스·택시 기사, 식당과 박물관 직원, 경찰은 물론 마사지사까지 일요일에 일하는데 왜 상점만 안 되느냐는 지적이다.
베를린에서 서점 두 곳과 출판사를 운영하는 마르티나 티텔은 아이스크림을 먹고 볼링을 치는 건 되면서 소설책 사는 건 왜 안 되느냐고 물었다. 그는 “독일은 세속 국가”라며 “교회에 가고 싶으면 가면 되고, 쇼핑하고 싶으면 그것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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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케 치머 베르디 이사는 “일요일 휴무는 절대적인 사회적 성취”라며 “그렇게 많은 사람이 동시에 쉴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문화적 자산”이라고 말했다. 루터교회 대변인도 “일요일은 가족과 우정, 이웃, 자원봉사를 위한 공간을 만든다”고 거들었다.
여론도 아직은 규제 편이다. 유고브가 이달 실시한 조사에서 찬성이 50%, 반대가 43%였다. 다만 지난해에는 규제를 바꾸자는 응답이 3분의 1에 그쳤다. 젊은 층일수록 비판적이라는 점도 기류 변화를 보여준다.
연기를 전공하는 골로 폰 엥겔하르트(28)는 쉬는 날을 분산하는 절충안을 제안했다. 그는 주 7일 근무에는 반대하면서도 “경제적으로 모두가 동시에 일을 멈추는 것은 이상적이지 않다. 내가 수요일에 쉴 때 다른 사람이 가게를 열고, 대신 나는 일요일에 일하는 방식이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하면 주 4일 근무도 가능해질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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