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정태선기자] 인터넷기업들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심각하게 흔들리는 모습입니다. 고성장을 담보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아왔던 NHN 다음커뮤니케이션 네오위즈 등 인터넷관련 기업들이 성장성을 의심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달아 이제는 뺏고 빼앗기는 일만 남았다는 푸념도 들려옵니다. 과연 그럴까요. 증권부 정태선 기자가 되짚어 보았습니다.
인터넷기업들이 최근 인기가 뚝 떨어졌습니다. 생각보다 시원찮은 성적을 내밀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린 코스닥시장에서 그나마 큰형님 노릇을 하면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었는데 말이죠.
NHN, 다음커뮤니케이션, 네오위즈 등 분기별로 고성장을 해왔던 이들 기업들은 지난 4분기 실적으로 실망감을 안겨줬습니다. 양적인 성장, 즉 매출은 다소 증가했지만 질적인 성장을 의미하는 수익 측면에서는 다소 주춤거렸죠.
수익 측면이 주춤거렸던 공통원인은 지분법평가손실이었습니다. 다음은 지난해말 새롭게 시작한 다음자동차보험사업 등으로 지분법평가손실 26억원이 반영이 됐습니다. 네오위즈도 게임사업 진출을 위해 인수한 타프시스템 등으로 33억원의 손실을 봐야만했습니다. NHN도 올해는 30억원의 지분법 평가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매출도 늘어나긴 했지만, 기대에는 못미친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게임 검색 커뮤니티 전자상거래 등 각업체별로 비슷비슷한 서비스 경쟁을 벌이면서 서로 시장을 갉아먹은 상태에 빠져버렸다는 진단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경쟁으로 인해 서비스가격은 낮아지고 사용자층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꼴이라는 겁니다. 올해 전망도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들 합니다.
실적발표 전까지 밝은 전망을 내놓았던 증권사 전문가들도 이제는 꼬리를 빼고 있습니다. 당분간 주가 상승모멘텀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실적발표후에 인터넷 기업들의 주가는 허둥거리며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제 인터넷기업들도 사라진 옛대장주들처럼 서서히 시장에서 잊혀진 이름이 돼버리는 건 아닐까요? 그렇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위기의식이 더 큰 위기를 부르면서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기업이란 생명체와 같아서 태어나고 성장하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인터넷산업은 무한한 가능성 때문에 흔히 `바다`에 비교되곤 합니다. 우리 인터넷기업들은 바다에 돛을 올린지 얼마되지 않았구요. 성장을 위해서는 투자가 선행돼야하고 그 과정에서 일부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일보 전진을 위해서는 반보 정도 후퇴도 경험하게 되는 법입니다. 지분법평가손실도 이런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서로 비슷한 서비스 경쟁을 하는 것도 당장은 마이너스 요인입니다. 그러나 길게봐서는 서비스개선과 함께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밖에 고성장을 이룩하면서도 인터넷기업들이 간간이 비난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수에 머물러 있는 데다 소비계층이 10~20대에 국한돼 있다는 점 때문이죠. 게임이나 인터넷쇼핑 등을 통해 코흘리개 돈이나 거둬들인다는 겁니다. 수출을 하는 것도 아니고 고용인력 창출로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바도 미미하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역으로 생각해 볼까요? 해외진출도 할 수 있고, 소비계층도 늘어날 수 있다면 어떨까요. NHN은 3~4년 동안 일본진출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오랜 투자를 지속했습니다. 올해 1분기부터는 일본에서 수익을 본격적으로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알수 없는 미래지만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 때문에 열매를 거둘 수 있는 겁입니다.
또 인터넷기업들이 무료로 서비스하는 검색나 메일이 일시에 중단되거나 고가의 유료정책으로 바뀐다면 아마도 무척 혼란스러울 겁니다. 인터넷기업들의 서비스로 인해 개인이나 기업들이 줄일 수 있는 비용을 지금 돈으로 환산해도 엄청난 것입니다.
앞으로 초고속인터넷망이 지금보다도 좀 더 진일보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에 발맞춰 인터넷기업들도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고 성장모멘텀을 마련할 것입니다. 하루하루 시세차익에 매달리는 투자자들에게는 너무 먼 얘긴지도 모르겠습니다. 높은 성장성 때문에 지금의 주가를 유지해 왔던 인터넷 기업들도 올해가 만만치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있으니까요.
하지만 인터넷기업들에게 더 넓은 바다를 항해하고 싶다면 의연히 대처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시장의 기대치와 정서에 휘둘려서 미래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짜는데 게을지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실적발표 이후 만난 다음 이재웅사장은 "인터넷을 화두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을 행운으로 생각한다"고 말하더군요. 성장성이나 수익성에 한계가 없는 큰 그릇에서 일할 수 있어서 다행이란 얘기였습니다. 또 "실력있는 사람들이 가장 빛을 발할 수 있을 때 함께 뜻을 모았기 때문에 결코 후퇴할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은 "선배들이 삼성이나 현대같은 한국을 이끄는 기업을 만들었다면 나는 그 뒤를 이을 수 있는 더 멋진 기업을 만들고 싶다"며 "의무감을 느낀다"고 말하곤 합니다.
지난친 긍정도 위험하지만 비관은 더 위험합니다. 국제경쟁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주식시장을 들뜨게 만드는 기업이 삼성전자말고도 10개 아니 100개쯤은 더 나와야되지 않겠습니까. 좀더 애정어린 눈길로 인터넷기업들의 성장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보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