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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사료 가격 등을 중심으로 낙농가의 생산비가 증가한 탓에 원유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되면서 사료비가 올랐고, 통계청 ‘2022년 축산물 생산비조사’에 따르면 우유 관련 사료비는 16.6% 증가해 생산비를 12.7% 끌어올린 배경으로 지목됐다. 지난 3월 기준 리터(ℓ)당 1164원이었던 원유가는 올해 생산비 증가분을 반영하면 130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그나마 지난해 농식품부가 낙농제도를 개편한 영향으로 가격 상승폭은 기존 제도 대비 약 30% 줄어들 예정이다. 당시 생산비에만 연동 돼 있던 원유 가격 결정 구조가 이제 시장 상황을 반영할 수 있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는 원유 ℓ당 69∼104원 범위에서 가격 인상을 논의하는데, 개편 전 기준으로는 ℓ당 104∼127원 사이에서 협상해야 했다.
낙농진흥회는 전년도 축산물 생산비조사 결과를 토대로 소위원회 테이블을 차린 뒤 의사회 의결을 거쳐 8월부터는 새 가격을 적용해왔다. 지난해는 낙농가와 유업계가 제도 개편을 두고 대립한 탓에 9월 중순에서야 첫 회의가 열렸으나, 올해는 크게 이견을 보이는 사안이 없는 만큼 일정이 밀릴 여지가 적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우유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빵과 커피, 아이스크림 등 우유가 들어가는 각종 식품 가격도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해는 원유 기본 가격이 ℓ당 49원 오르자 유업체는 흰 우유 제품을 10% 안팎으로 인상했고, 이후 아이스크림 가격은 10∼20%대로 뛰었다. 마시는 우유 가격이 ℓ당 180원 올랐을 때 카페라테 가격 인상 요인은 1잔에 53∼56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농식품부는 국내 빵류, 과자류 등의 원료 중 우유의 비율이 각각 5%, 1% 수준인 만큼 원유 가격 인상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공식품 중 우유나 유제품을 원료로 사용하는 비중이 높은 건 유가공품과 아이스크림 정도로, 가공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유인은 적다고 본다”며 “‘밀크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전방위적 제품 가격 인상의 면죄부가 되지 않도록 원유 가격 협상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유업계, 유통업계와의 간담회 등을 통해 과도한 인상 자제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