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상하방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는 상승재료다. 반면 올해 경상수지 흑자 550억달러 전망은 수출 및 펀더멘탈에 지장이 없다는 의미인 동시에, 달러-원 환율이 하락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외에도 엔저(엔화가치 하락)나 북한 관련 이슈 등 환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변수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환율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양적완화 축소와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이 무역수지 적자로 돈풀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엔저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환율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점쳤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차관도 지난 10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엔저 심화 등 대외적 요인과 외국인 자금 유출입, 경상수지 등 수급요인을 감안할 때 환율 변동성이 양방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한 바 있다.
환율변동성이 커지면 당장 수출·입 기업들이 계획을 세우거나 이미 세워 놓은 계획들을 실행하는데 차질을 빚게 된다. 또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 및 성장률 등에 대한 불안심리가 확산되는 등 정부가 정책을 펼칠 때도 지장을 초래한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 주체들, 특히 수출입 기업들은 환율이 10원만 변해도 민감한데 변동성이 커지거나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경우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정부도 정책 수행에 있어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시장에서는 오히려 변동성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테이퍼링 우려가 있지만 그 속도가 느릴뿐더러, 원화와 달러가 함께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엔화 역시 지난해 하락속도가 빨랐던 만큼, 올해는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수석부장은 “향후 환율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은 지난해 하반기 변동성이 줄어든 데 따른 기술적인 반등 측면이 클 것”이라며 “경상수지 흑자 폭도 줄고, 달러와 원화가 함께 강세를 보이면서 변동성은 다소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 관련 이슈나 중국의 구조개혁 등으로 외국인 자본 유출입이 확대될 경우 일시적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경상수지 흑자가 대외적인 변수를 상쇄시켜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축소될 수 있다”며 “엔화 역시 지난해 시장이 워낙 흔들렸던 만큼 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외국인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중요하지만, 현재로써는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아 안정적이고 완만한 흐름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엔화 절하가 충분히 이뤄진 만큼, 올해는 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달러대비 원화 절상률은 1.4%에 불과한 반면, 같은 기간 엔화대비 절상률은 무려 23.5%에 달했다. 이는 지난 1998년(21.8%) 이후 최대 절상폭이다.
엔저 우려와 관련해 정부는 환율변동 안정을 위해 적극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시장 쏠림과 투기세력 등 불안 조짐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대응해 시장심리를 안정시키는 한편, 엔화 약세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에 긴급 경영안정자금과 환변동 보험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한은도 17일부터 기업 등 편의를 도모하고자 15시 기준으로 엔-원 환율 고시를 추가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