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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래 없는 폭염과 한파… 취약계층에 더 치명적”

이순용 기자I 2024.09.27 14:18:21

신림종합사회복지관, 기후재난시대 사회복지 공론장 열어
사회복지관 기후위기 대응사례 및 조사연구 보고서 발간 기념… 관련 전문가 한자리에
취약계층 노인이 일반 노인보다 기후위기에 더 큰 심리적 불안 보여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올해 우리나라는 전례 없는 폭염을 기록했다. 지난 18일 서울에는 역대 가장 늦은 폭염경보가 내렸고, 제주도에서는 75일째 열대야가 지속되며 지역 관측 이래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기록적인 폭염과 집중호우, 한파 등 기후재난을 겪으며 이에 대한 대처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사회복지 영역에서도 이제는 기후위기를 복지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가운데 신림종합사회복지관(관악구립, 학교법인일송학원 운영)은 9월 5일 ‘기후위기 대응 실천 과정을 담은 조사연구 보고서’ 발간과 동시에 관악가족행복센터 3층 대강당에서 ‘기후재난시대 사회복지 공론장’을 열었다. 보고서는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기후위기 시대에 지역사회 복지관의 역할과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자 작성됐으며 ▲ESG 경영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지역사회복지관의 기후취약계층 지원활동 ▲기후위기 관련 취약계층 조사보고서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번에 개최된 공론장에서는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 등 유관 기관에서 참여했으며 기후변화로 인해 사회복지 영역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와 함께 기후위기 속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 방안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행사는 기후위기 대응을 주제로 한 연구포스터 및 영상 전시로 시작됐다. 이후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복지, 건강, 환경에 대한 기조 강연을 진행했으며 주민이 겪는 기후위기의 실체와 그에 따른 사회복지의 역할에 대한 토크콘서트가 실시됐다.

1부 기조 강연에서 노용균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기후변화가 취약계층의 위기를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노 교수는 “폭염, 폭설 등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변화가 호흡기 질환, 감염병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일으키며 특히 신체적·경제적으로 취약한 노인들에게 치명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재난 속에서 취약계층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노용균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정승아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과장은 기조 강연을 통해 “기후재난시대의 사회복지사들이 지역사회의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지속적인 환경 교육, 연대 강화, 그리고 환경 매뉴얼을 통한 실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2부에서는 2022년에 침수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추적실태 조사 결과와 지역 주민들의 기후위기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2년 신림동 폭우 침수피해 경험 노인 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대상의 80%(37명)가 취약계층(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이었으며 복구 과정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54%(25명)는 복구 과정에서 신체적 한계와 피해복구 정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는 정보사각지대를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기도 했다. 개선되어야 할 점(복수응답)으로는 인력지원 강화(43명), 경제지원 강화(42명), 어르신 맞춤 정보제공(34명) 순으로 나타났다. 복지관의 침수피해 지원사업 중 가장 도움이 된 지원으로는 ▲현물후원 ▲정서지원 프로그램 ▲복구자원 정보제공 ▲피해복구 인력 순으로 나타났고 향후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는 ▲정서지원 ▲환경개선지원 ▲경제지원 ▲정보제공 활동 등을 꼽았다.

2022년 신림동 침수피해를 경험한 노인 46명 중 37명이 피해 복구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물 및 정서지원, 복구자원 정보 제공이 많은 도움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 주민들의 기후위기 인식조사에서도 돌봄노인이 일반노인보다 스스로 기후위기에 더 취약하다고 느낀다는 결과가 나왔다. 신림동 지역 노인 568명(일반노인 276명, 돌봄노인 292명)을 대상으로 ‘나는 기후위기에 취약하다(5점 척도)’라고 질문한 결과, 돌봄노인(3.9점)이 일반노인(3.72점)보다 점수가 높아 스스로 더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었으며 경제수준 대비 기후위기 대응 취약성에서도 돌봄노인(3.88점)이 일반노인(3.4점)에 비해 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또한 기후위기에 대한 워드클라우드 분석에서는 일반노인은 ‘온난화’, ‘쓰레기’, ‘태풍’, ‘빙하녹음’ 등 자연현상에 대한 객관화 된 단어 빈도수가 높은 반면, 돌봄노인에서는 ‘무섭다’, ‘건강’, ‘걱정’, ‘힘들다’ 등 심리적 불안을 나타내는 단어의 빈도가 잦았다.

이후 토크콘서트를 통해 기후위기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며 지역사회가 보이지 않는 취약계층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론장 현 전문가들은 기후재난이 특히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욱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지적하며 지역사회가 이러한 어려움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지원과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최성숙 신림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은 “기후변화는 특히 취약계층에게 더욱 가혹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기후변화에 스스로 대처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번 공론장은 지역주민과 전문가들이 함께 기후재난 시대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또 “단순히 논의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와 협력해 취약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기후정의 요구에 앞장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신림종합사회복지관은 국내 순수 민간재원으로 설립·운영한 최초의 사회복지관으로 1981년 학교법인 일송학원이 자체 설립하여 운영해 온 신림복지관이 모태가 됐다. 이후 관악구청이 신림종합사회복지관으로 새롭게 개관한 후 1999년부터 학교법인 일송학원이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43년간 ‘주민과 함께 관계를 잇는 든든한 이웃’이라는 비전 아래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아동청소년지원사업, 노인맞춤돌봄서비스사업, 노인교육문화사업, 사회적고립가구지원사업 등 의료·교육·복지 분야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ESG 경영을 실천하고 지역 복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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