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웅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12일 한국미디어경영학회 주최로 열린 ‘기술이 만드는 콘텐츠의 미래’ 세미나에서 “이제 콘텐츠의 품질은 사람의 AI 활용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며 “사람이 하는 것을 AI를 통해 어떻게 잘 해결하고, 산업 발전에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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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믿음 동덕여대 교수도 “국내 엔터 산업은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제약”이라며 “사람의 창의적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AI가 부족한 인력과 예산을 커버할 수 있다면, 산업적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잠재적 크리에이터들은 AI 기술을 전향적으로 생각한다”며 “학생들을 대상으로 AI를 접목한 콘텐츠 제작 수업을 진행하는데, 스토리텔링에 자신있는 학생들이 AI 기술을 활용해 웹툰 작가나 뉴스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는 데 기대감을 보인다”고 했다.
최보름 서울시립대 교수는 “국내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산업계가 규모 면에서 글로벌보단 상대적으로 작은데, 규모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게 AI 활용”이라며 “단순 작업은 AI로 대체하고 고차원적이고, 창의력이 필요한 부분에 인간이 더 많이 개입해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한다면 경쟁력이 더 생길 것”이라고 했다.
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센터장 역시 “AI를 통해 콘텐츠 제작 기법이 효율화되고, 창작 시간과 비용이 단축되는 등 AI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엔터산업 전반에 폭발력 가질 것”이라고 했다.
이미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선 슈퍼 IP를 기반으로 생성 AI를 활용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에선 생성 AI를 이용해 작고한 ‘아톰’ 작가 데즈카 오사무처럼 유명 작가들의 슈퍼 IP로 새로운 만화를 창작하고 있으며, ‘시크릿 인베이전’ 사례처럼 마블 같은 대형 스튜디오도 생성 AI 활용에 전향적이다.
한종훈 다이렉트미디어랩 대표는 “1인 미디어 기업으로서 이미 업무에 AI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고, AI 없는 작업은 이제 상상할 수 없다”며 “최근 미국 작가 협회(WGA)의 파업 사례에서 보듯이 창작과 미디어 영역에서 AI에 대한 기대감과 두려움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AI 기술은 슈퍼 IP를 보유한 회사들에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믿음 교수는 “AI가 콘텐츠 산업에 적용되기 시작하고 나서 가장 빨리 움직인 곳들이 슈퍼 IP 보유사들”이라며 “이미 한 번 성공했던 원천 소스가 있으면 생성형 AI를 활용해 창출할 수 있는 효과가 훨씬 더 커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어 “가령 1편부터 4편까지 제작된 전편 시놉시스를 넣은 다음 ‘우리가 놓친 스토리를 발굴해달라’고 할 수도 있다. AI가 충분히 스토리까지 만들어줄 수 있는 시대”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선 콘텐츠 불법 유출을 막는 네이버웹툰의 저작권 보호 기술 ‘툰레이더’의 효과를 실증 분석한 연구 결과도 공개됐다.
이건웅 교수 연구팀은 네이버웹툰과 타 플랫폼에 연재된 총 735개의 웹툰 회차를 대상으로 2021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해당 웹툰들이 정식 사이트에 올라온 날짜와 불법 사이트에 올라온 날짜를 비교했다. 그 결과 툰레이더가 적용된 네이버웹툰의 경우, 타 플랫폼 대비 약 25일 정도 불법 유통 지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