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열병합 발전소 건설에 대전·충남 `갈지자`…주민·정치권과 갈등

박진환 기자I 2019.04.01 10:22:36

대전시 1000㎿LNG발전소를 청정연료발전단지로 둔갑
지역주민·정치권 반대에 市 "공론화 과정 거칠것" 유보
충남내포신도시도 열병합발전소로 사회적갈등 이어져
충남도, 갈지자 행정에 주민들·사업자 "행정신뢰 깨져"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대전시와 충남도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추진 중인 발전소 건립사업이 주민·시민사회단체 반발 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미세먼지 배출 등 환경오염을 이유로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가 반대하는 양상이지만 그 이면에는 정부와 지자체의 미숙한 행정과 투명하지 못한 사업 추진으로 행정 신뢰성이 깨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발전사업이 국가 에너지 정책과 맞물려 중요한 과업임에도 해당 발전사업자에게 민원을 떠맡기는 등 정부·지자체의 뒷짐 행정도 문제점으로 지목받고 있다.

허태정 대전시장(사진 가운데)이 19일 한국서부발전㈜, 대전도시공사와 평촌산업단지에 청정연료 복합발전단지 건설을 위한 입주 및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전시 제공


◇LNG발전소가 청정연료발전단지로 둔갑, 대전시 밀실행정에 비난 쇄도

대전시는 지난 19일 한국서부발전㈜, 대전도시공사와 서구 평촌산업단지 일원 14만㎡ 부지에 1000㎿급 LNG발전소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협약에 따라 한국서부발전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1000㎿급 LNG발전소와 150㎿급 수소연료전지, 2㎿급 태양광 발전시설 등 발전집적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이 발전소가 가동되면 현재 1.9%에 머물고 있는 대전의 전력자급률이 60%로 향상된다”며 “이번 투자 유치로 건설기간 동안 연 8만 5000명와 일자리 창출과 함께 460명 인구 유입, 658억원 이상의 세수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1조 8000억원 등 대규모 투자유치를 성공했다는 자평과 함께 지역에 청정연료 복합발전단지를 건립한다는 장미빛 청사진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전시민들은 물론 사업 예정지 인근에 거주하는 지역주민들에게조차 관련 사업 추진 계획을 쉬쉬하면서 밀실행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발전소가 들어설 서구 기성동은 현재 마을 곳곳에 사업 추진중단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린 상태다.

지역 정치권도 이에 가세해 사업추진 반대를 요구하고 있다. 김인식 대전시의원은 “주민들을 현혹시키고, 아무런 공론화 없이 추진되는 평촌산업단지 LNG발전소 유치는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오광영 대전시의원도 “평촌산단 LNG발전소 유치 과정에서 시의회는 물론 해당 지역구 시의원에게도 보고하지 않은 것은 매우 심각한 의회 경시”라며 “LNG발전소 유치를 위한 주민설명회 역시 20명 가량의 주민을 모아놓고 통보하듯 하는 형식적 설명회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인 대전충남녹색연합도 성명을 통해 “2017년 국감자료를 보면 LNG발전소는 총먼지(TSP)와 미세먼지(PM10)의 경우 화력발전소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미세먼지의 2차 생성물인 질산화물 역시 화력발전소와 비슷한 수준으로 배출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규모도 아닌 1000㎿급 대규모 LNG발전시설이 도시에 들어온다면 직접적인 시민의 미세먼지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대전시의 LNG발전소 건립 계획에 반대의 입장을 전했다.

관련 전문가들도 “이 정도 규모의 LNG발전소에서는 신형 자동차 10만대가 배출하는 정도의 미세먼지유발물질이 발생한다. 미세먼지 유발 물질을 배출하는 LNG 발전소는 청정에너지가 될 수 없다”며 “도심 근처의 LNG발전소가 도심에서 떨어진 석탄 화력발전소보다 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반발 기류가 확산되자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 26일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향후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겠다”며 일단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양승조 충남지사(사진 오른쪽 2번째)와 박원주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 신정식 한국남부발전 사장,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가 지난해 9월 내포신도시 집단에너지 사업 공동추진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충남도 제공


◇“주민 설득하겠다”더니 정권 바뀌니 “주 연료방식 바꿔라”…충남도 오락가락 행정

충남 홍성과 예산 일원에 건설된 내포신도시는 10여년 가까이 집단에너지공급시설이 없어 난방과 열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발전사업자인 내포그린에너지는 2023년까지 내포신도시에 최대 열 공급량 394G㎈/h, 발전용량 97㎿의 열병합발전소를 건립하기로 했다. 열병합발전소 설비는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시설 5기와 고형폐기물연료(SRF)를 사용하는 시설 1기로 계획됐다. 그러나 이 SRF 방식을 지역주민들이 반대하면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또 정부의 에너지 정책 변화로 발전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수년간 이어지면서 지역사회에 심각한 갈등을 유발했다. SRF는 폐플라스틱 등을 압축·재활용한 에너지원으로 가격이 저렴한 반면 각종 유해물질과 악취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남부발전과 롯데건설 등이 공동으로 설립한 내포그린에너지는 2010년 8월 산업통산자원부 사업 허가 및 충남도청 도시계획 변경에 따라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진행했지만 정부의 후속 인·허가(공사계획인가 및 승인) 지연으로 사업 추진이 수년간 답보 상태에 빠졌다.

2017년에는 열 공급 시설공사를 포함한 모든 공사를 전면 중단하는 등 발전사업자와 지역주민간 심각한 마찰이 계속됐다. 당시 내포그린에너지 관계자는 “충남도와 산업부가 대안을 검토한다고 해서 기다렸지만 그 사이 투자 자본이 빠져 나가고 시공사가 대금을 받지 못해 공사를 중단하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며 “뾰족한 방법이 없다면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내포신도시 주민들은 “SRF를 사용할 경우 다이옥신, 중금속 등의 배출 가능성이 있다”며 연료를 100% LNG로 바꿀 것을 요구했고 이에 내포그린에너지 측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LNG만 사용할 경우 투자자들이 자본을 철수해 열병합발전소 건립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반대했다.

양측의 양보없는 주장과 대립은 수년간 계속됐고 이 과정에서 사업자와 주민들의 중재자 역할을 해야할 충남도는 갈지(之)자 행보를 반복했다. 초기에는 내포그린에너지 입장을 대변해 “SRF가 환경오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주민들을 설득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갑자기 태도를 돌변, 환경오염과 주민 반대를 이유로 연료방식을 SRF에서 LNG로 변경해줄 것을 사업자 측에 요구했다.

결국 10여년간의 논란 끝에 사업자가 사용연료를 전환하기로 하면서 사안은 일단락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충남도, 한국남부발전, 롯데건설 등은 지난해 9월 내포신도시 열병합발전소 청정연료 전환 선포식을 갖고 내포신도시 집단에너지사업 공동추진 협약을 체결했다.

내포그린에너지가 주 에너지원을 기존 SRF에서 LNG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LNG 전환에 따른 연료금 인상은 현행 요금의 9% 이내로 협의했고, 2022년말 시운전에 들어가 2023년부터 본격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당시 사업주체인 내포그린에너지는 “대승적 차원에서 정부와 충남도, 주민 요구를 수용한다”고 밝혔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당초 약속한 사안들이 무시되고 계획이 중간에 변경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행태에 대해 재계는 불만을 표출했다. 주민들도 “계획 초기부터 이해당사자인 주민들의 의견은 배제된 채 정부·지자체의 일방통행식 행정에 불신이 쌓였다”면서 이 사업은 정부·지자체 에너지 행정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지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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