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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패션·유통을 양대축으로 성장해 온 이랜드그룹이 궁지에 몰렸다. 중국 패션부문의 수익 창출력 저하와 인수·합병(M&A)에 따른 차입금 증가가 겹쳐 차입금 상환능력이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9월말 현재 그룹 부채비율은 372%에 이른다. 이 때문에 신용평가사들은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의 회사채 신용등급 하향을 경고해 왔다. 본실사 등 일정을 감안하면 최소 1개월 이상 소요되는 킴스클럽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 서둘러 발표한 것도 이를 막고자 한 의도가 다분하다.
킴스클럽의 경우 수익가치는 상당하지만 임대차 관계 등을 감안할때 실제 매각여부나 매각가를 예측하긴 힘들다. 700억원대로 추정되는 킴스클럽의 상각전이익(EBIDTA)을 감안할 때 이랜드가 주장하는 1조원 기업가치와는 괴리가 크다. 더구나 국내 대형 유통그룹의 관심을 받지 못한 이번 딜에서 이랜드가 KKR을 상대로 협상 주도권을 쥘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투자회수(Exit)를 목적으로 하는 PEF 특성상 경영권을 감안하더라도 EBIDTA의 10배가 넘는 금액을 매각가로 지불하기엔 과도한 측면이 있다. 애초 이랜드는 ‘킴스클럽+뉴코아 강남점’이라는 패키지 매각 카드를 제시했지만 우협 선정후에는 뉴코아 강남점을 개별 매각키로 하면서 시장에 혼선을 줬다. 매각주관사조차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오락가락 매각이 거래 종결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만들게 됐다.
이랜드리테일의 실제 IPO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랜드는 이미 2004년 이랜드리테일 IPO 계획을 발표했지만 수 차례 연기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킴스클럽 매각과 이랜드리테일 IPO 등이 불발되면 이랜드 신용등급은 한 단계 낮은 `BBB-`로 강등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성 자금조달이 많은 이랜드에겐 치명타다. 이랜드가 신용등급 유지를 위해 조급증을 드러낼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땜질식 처방으로는 와치독(Watch Dog)의 눈을 피할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진정성있는 자구책을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