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은 지난 6월 24일 경기도 화성시 소재 공장에서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 검사 미달 판정으로 밀린 생산분을 따라잡기 위해 무리한 제조공정을 진행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5년간 아리셀과 그 외 군용 리튬 전지 납품 업체의 방위사업청(방사청) 계약 및 납품 현황을 확인한 결과, 아리셀이 상습적으로 납기일을 맞추지 못한 사례들이 발견됐다. 아리셀의 생산 공정상 문제와 그로 인한 납품 물량들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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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의원은 아리셀의 이러한 납기 지연 행태는 동종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2020년부터 최근 5년간 아리셀을 제외한 나머지 군용 리튬 전지 제조업체의 납품 현황을 살펴보면 총 45건의 계약 중 5건만 납품이 지연됐다. 그 결과 납기 지연한 업체에게 부과되는 지체상금도 아리셀이 나머지 수주 업체 전체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아리셀에게 부과된 지체상금은 2억 3600만원으로, 나머지 업체 전부가 받은 3900만원의 6배에 달한다.
허 의원은 “경찰 수사를 통해 알려졌듯 아리셀은 4년에 걸쳐 방사청과 기품원을 ‘시료 바꿔치기’ 등의 불법 행위로 속여가면서도 납기일을 맞추지 못했다”면서 “생산능력 자체가 의심이 가는 수준으로, 지금까지 납품된 물량도 하자가 다수 있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 9월 기품원이 납품 물량을 대상으로 한 1차 시험 결과, 2개 로트 16개 중 9개가 규격에 부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납품 전지들은 군용 리튬 전지 화재 대책인 폭발 방지기술 적용 전 계약 물량으로, 개별 전지 전체 검사는 어려워 샘플링 방식을 통해 검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허 의원은 상습적 납기 지연이나 불량품 발생을 이유로 단 한 번이라도 현장 점검을 나가서 군수품 생산 현장을 확인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방사청과 기품원은 ‘국방품질경영체제(DQMS)’라는 인증 제도를 통해 인증 업체를 대상으로 연 1회 이상 업체 현장을 방문해 제조 프로세스와 작업환경에 대한 점검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임의 인증’인 데다 경쟁입찰 시 물품 적격심사에서 평점 1점만이 추가될 뿐이라 자발적 인증에 대한 인센티브도 미미한 수준이다.
아리셀 역시 DQMS 인증을 받지 않아 관리망에서 벗어나 있었다. 반면 아리셀과 마찬가지로 다수의 군용 리튬 전지 납품 이력이 있는 모 업체는 2019년에 인증을 획득한 것이 확인됐다.
허 의원은 “K-방산을 외치며 수립한 ‘군수품 품질관리 기본계획’에서도 공정 관리가 강조되는 추세”라면서 “방사청이 국가기관으로서 군은 물론 시민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으로 안전한 군수품 생산을 위해 철저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