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스타트업 카피캣 의혹 또 터졌다…이번엔 프롭테크 플랫폼

김아름 기자I 2025.01.24 11:36:35

부동산플래닛, 쿠시먼에 디자인 표절 의혹 제기
민다, 마이리얼트립 대상 손해배상 요구
"재발 방지 위한 제도적 뒷받침 필요"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최근 산업 전반에 걸쳐 스타트업의 아이디어, 기술, 디자인 등을 도용하거나 탈취하는 이른바 ‘카피캣’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가운데 국내 프롭테크 업계에서도 표절 의심 사례가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글로벌 공룡의 국내 스타트업 표절 건이라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물론 국가적인 산업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부동산플래닛 ‘딜정보’(왼쪽)와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CW Land’(오) 비교 사진. (사진=각사 서비스 페이지 캡처)
24일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 기반 상업용 부동산 전문 프롭테크 기업 부동산플래닛은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자사의 딜정보 홈페이지 디자인을 표절한 매물 소개 플랫폼(CWLAND)을 통해 영업 활동을 이어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부동산플래닛은 지난 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디자인 표절이 의심되는 정보들을 인지한 이후 자체적인 방법을 통해 해당 문제를 지적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이에대해 공식적인 회신이나 사과는 없었지만, 문제가 되는 디자인을 수정했다. 부동산플래닛은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디자인 변경 행위가 오히려 표절 사실을 자인한 것이라 보고 법적 대응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2020년 설립된 부동산플래닛은 빅데이터 및 AI 기반의 상업용 부동산 정보 서비스, 매입·매각 및 임대차 자문을 전개하며 올인원 프롭테크 플랫폼으로 빠르게 성장해왔다. 특히 ‘딜정보’ 서비스를 통해 부동산플래닛이 매각을 주관하는 자산 정보를 공개하고 자사 고유의 UI 및 UX 디자인을 적용해 현재까지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부동산플래닛은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이를 무단으로 도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부동산플래닛 관계자는 “웹, 모바일 구분 없이 메인 화면에 노출된 매물 리스트 배치는 물론 디자인과 컬러, 광고 배너까지 틀로 짜낸 듯 동일하다”며 “매물별 상세 정보 카테고리와 아이콘 디자인, 순서 등 자산의 구체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다양한 표현 방식들이 같은 기업의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수준이며 심지어 66글자에 달하는 매물 등록 안내 문구는 한 글자도 다르지 않고, 개발 소스에서 숨겨져 있는 하단 메뉴까지 거의 똑같아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플래닛 모바일 화면(왼쪽)과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모바일화면(오른쪽) 비교 사진 (사진=각사 서비스 페이지 캡처)
특히 논란의 의혹을 받는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미국의 뉴욕 증권 거래소에도 상장한 글로벌 기업이라는 점에서 국내 스타트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인 대기업이 지사 형태로 국내에 진출해 비윤리적인 사업 방식을 택하면서까지 국내 시장을 잠식하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국내 스타트업 끼리 분쟁도 발생했다. 한민민박 전문 플랫폼 민다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온라인 여행사 마이리얼트립 직원들이 허위 예약으로 자사의 한인민박 데이터베이스를 탈취했다고 주장했다. 민다에 따르면 마이리얼트립 직원 3명은 141건의 허위 예약-취소를 통해 예약 바우처에만 제공되는 연락처 등 핵심 한인민박 정보를 가져갔다. 이런 부정경쟁행위는 민다의 정상적인 운영을 심각하게 방해했고 매출 손실과 업무 마비를 초래해 민다는 마이리얼트립을 상대로 민사소송도 제기하고 공개 사과와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스타트업 카피캣 논란은 산업 전반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해왔다. 2023년 영양제 디스펜서를 만드는 알고케어는 롯데헬스케어가 투자 및 사업협력을 명목으로 제품 정보·전략을 획득해 아이디어를 탈취했다는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2019년 중고거래 앱 ‘당근’은 ‘라인’이 자사의 이용자 인터페이스(UI)를 그대로 베낀 중고거래 앱 ‘겟잇(GET IT)’을 베트남 시장에 출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근은 당시 두 앱의 이미지를 비교하면서 “여러 번의 실패, 시행착오를 통한 개선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까지 오게 됐다. 작은 버튼 하나에도 이유가 있다”며 카피캣 상황에 대한 씁쓸함을 드러낸 바 있다. 롯데헬스케어와 라인은 모두 관련 사업을 접었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거대 기업들이 스타트업들의 창의와 경쟁력을 빼앗는 횡포는 지속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 서비스는 다양한 고객 경험과 노하우가 집약돼 있다. 무분별한 표절은 정당한 경쟁의 범위를 벗어나 스타트업의 노력을 빼앗는 것은 물론 시장의 성장까지 저해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이런 상황을 방지하고 중재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