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에 물가폭탄` 8월 물가 5.3% 상승

성문재 기자I 2011.09.01 18:50:37
[이데일리TV 성문재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들어 처음으로 5%를 넘어섰습니다. 여름 장마로 작황이 부진했던 채소류가 많이 오른데다 세계경제 불안감에 안전자산인 금값이 급등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보도에 성문재 기자입니다.

                         

물가 오름세가 거침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상승했습니다.

이는 지난 2008년 8월 5.6% 상승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전달과 비교해서도 0.9% 올라 지난 1월(0.9%)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습니다.

▲ 물가상승률 추이 (자료: 통계청, 단위: %)

특히 여름 장마로 작황이 부진했던 채소류의 상승세가 두드러졌습니다.

배추와 무는 전달보다 2배 이상 올랐고, 시금치와 열무도 각각 64%와 40% 뛰었습니다.

▲ 신선채소 전월대비 가격상승률 (자료: 통계청, 단위: %)

또 최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부각되면서 금값이 상승한 것도 눈에 띕니다.

금반지 가격은 전달보다 11.9%, 지난해보다는 29.1% 올랐습니다.

[녹취] 양동희 / 통계청 물가동향과장
"가공식품, 금반지, 석유류, 전세, 외식비 등이 여전히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고요. 여기에 이번 달에 채소가 많이 오른 게 전년동월비를 크게 확대시킨 요인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16개 광역시도별로는 대전이 6% 상승해 가장 많이 올랐고, 부산과 대구, 경북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가장 오름폭이 작았던 서울과 인천, 제주도의 상승폭도 4.8%에 달했습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가 안정이 최고의 복지라는 자세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계절적 요인이 해소되는 9월 이후부터는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물가 오름세가 올들어 점차 가속화되고 있지만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을 위해 이번 달에 기준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인터뷰] 김동환 /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
"소비자물가가 5.3% 나온 것은 시장에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이고요. 계절적 요인이라든지 앞으로 다가올 추석 때문에 당분간 물가는 불안할 수 있지만 대외 불확실성이나 아니면 금리 인상시 가계에 미치는 금리 부담 악영향 등을 고려했을 때 금리 인상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현재 연 4%인 물가 목표치를 수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남은 넉 달 동안 적어도 두 달 연속 전월비 하락세가 나타나거나 전년동월비 상승률이 매달 3% 정도로 유지돼야 목표 달성이 가능한데 이는 현실적으로 달성 불가능한 수치라고 전했습니다.

앵커: 여름 장마가 큰 영향을 미쳤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올 장마는 예상보다 길었고, 또 강수량 자체가 많았는데요. 결국 서민들에게는 물가폭탄으로 돌아왔습니다.

농작물은 여름 동안 햇볕을 많이 쬐야 제대로 여물고 당도도 높아지고 생육에 도움이 되는데요. 여름 내내 비가 이어지면서 작황이 부진했습니다. 출하량이 줄면서 가격은 오를 수 밖에 없었는데요.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배추 가격은 지난 7월 1포기에 2800원 하던 것이 8월에는 4000원으로 뛰었구요. 무도 개당 1600원에서 3900원으로 두배 이상 올랐습니다.
농작물 뿐만 아니라 한우도 500그램에 2만8천원하던 것이 한달 만에 3만원으로 상승했고 계란도 10개 2천원에서 2천1백원으로 올랐습니다.

앵커: 정부의 물가 목표치인 연 4%를 맞추기도 쉽지 않아보이는데요. 정부의 설명은 어떻습니까?

기자: 정부는 이번 달 물가가 많이 올라 목표달성이 쉽지는 않지만 목표치를 바꿀 때가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물가 상승은 기상악화로 인한 것이었는데 8월 하순 이후에는 기상여건이 개선됐기 때문에 이번 달에는 3%후반대나 4%초반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정부가 이번 달 물가가 좀 안정될 것이라고 보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기자: 일단 채소류 등 농산물의 수급이 점차 정상화 될 것이라는 이유입니다. 농산물은 여름 장마의 영향으로 작황이 부진했는데 8월 하순 이후 기상여건이 개선되면서 출하량이 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돼지고기와 계란 등 수입을 늘린 품목들도 공급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구요.

9월과 10월에는 SK텔레콤과 KT가 잇따라 통신요금 기본료를 1천원 인하하는 것도 물가 하방요인이라는 겁니다. 여기에 지난해 9월 물가상승률이 3.6%로 높았기 때문에 기저효과가 나타나 이번 달에는 좀 나아질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앵커: 박재완 장관은 죄송하다는 표현까지 사용했죠? 그만큼 부담이 큰 사안인 것 같은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박 장관은 추석명절을 앞두고 서민 생계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계속해서 처방을 내놓고 노력하고 있는데 뜻대로 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된 것에 대해서는 집중호우 등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박 장관은 앞으로 농산물 수급상황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 하겠다고 말했구요. 또 유통비용을 줄이기 위해 대여시장, 재제조시장, 카테고리 킬러 등의 새로운 전문 유통채널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재제조는 고장나거나 폐기된 물건을 회수해서 신제품과 같은 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을 말하구요. 주로 자동차 부품이나 기계류 등의 분야에서 산업이 발전해 왔습니다. 카테고리 킬러는 다양한 품목이 아닌 한가지의 상품군을 특화해서 판매하는 전문매장을 말합니다.

앵커: 물가가 이렇게 오르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아질 것 같은데요.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지난달 초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이후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자취를 감춘 바 있는데요. 시장 전문가들의 생각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물가 상승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됐던 이슈였고, 현재 가계대출 규제로 떠들썩한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도 덩달아 오르는 등의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는 겁니다.

무엇보다도 대외 여건이 악화되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남아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 강도를 강화하긴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연내에 금리 인상은 한 차례 정도 있거나 아예 없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우세했습니다.

앵커: 어쨋든 당장 추석이 이제 열흘 정도 밖에 안 남았는데요. 서민들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겠군요?

기자: 역시 물가 얘기에 주부님들이 가장 민감하실 것 같은데요. 몇몇 조사결과를 보면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 데만 20~30만원은 가뿐히 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부 10분 가운데 4분은 올 추석에 지출을 축소할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는데요. 안 그래도 명절에 일이 많아서 주부님들 불만 있으실텐데 지갑까지 얇아지면 더 괴로우시겠죠.

앵커: 장을 좀 저렴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기자: 대형 마트보다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것이 더 싸다는 것은 다 아실텐데요. 그래도 편의시설과 서비스가 좋은 대형마트를 이용하시는 분들이 많은 상황입니다.

이에 전국의 주요 전통시장들이 각종 할인행사를 내세워 활성화를 모색하고 나섰는데요. 서울에서는 성동구 금남시장, 중랑구 우림골목시장, 송파구 석촌시장 등 19개 전통시장에서 제수용품을 최대 30%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구요. 각 구청에서는 직거래장터를 열 계획입니다. 자세한 장소와 내용은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부산, 광주, 인천, 경기도 안양, 용인, 성남, 경남 창원, 김해 등 전국 각지의 전통시장들이 각종 할인행사와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습니다. 또 경찰청은 오늘부터 14일까지 전국 219개 전통시장 주변도로에 대해 주·정차를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