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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국 자산운용사 인베스코가 미국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수탁은행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자산운용 사업부 합병을 위한 논의 중이라고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벤치마크를 추종해 안전하게 수익을 창출하는 패시브 펀드가 최근 인기를 끌면서 합병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거래 성사나 조건은 불분명하지만, 성사가 될 경우 업계에서 손꼽히는 거래가 될 전망이다.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세계 최대 수탁회사 중 하나로, 자산운용 부문에서만 4조달러(약 4702조4000억원) 넘는 자산을 운용하기 때문이다.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회계나 행정 서비스를 다른 운용사에 제공하며, 투자 부문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는 상장지수펀드(ETF) 분야 선두주자다.
인베스코의 시장가치는 110억달러(약 13조원)로,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320억달러(약 37조원)로 평가된다. 합병 논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베스코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8% 넘게 올랐으며 스테이트 스트리트도 1% 상승했다. 다만 소식통은 WSJ에 “합병 거래가 임박한 건 아니며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귀띔했다.
패시브 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자산운용업계 합병이 늘고 있다. 패시브펀드는 말 그대로 수동적(Passive)으로 벤치마크를 추종하며 지수 등락률을 좇는 펀드인데, 펀드매니저가 적극적으로(Active) 종목을 고르는 액티브 펀드와는 상반된 성격을 띤다. ETF나 인덱스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낮은 비용으로 위험을 줄이면서 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인기를 얻어왔다.
이 때문에 자산운용사들은 계속해서 비용을 낮추고 투자관리 수수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압력에 처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합병을 적극 고려하는 것이다.
인베스코는 오펜하이머펀드와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ETF 사업을 인수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역시 금융데이터 회사인 찰스리버 시스템스를 매수하며 자산관리 계열사를 넓혔다. 이달 초에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 중 하나인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BBH)의 투자자 서비스 사업을 현금 35억달러(약 4조1125억원)에 인수했다.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경쟁사와 합병하는 길이 최선이라는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