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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걸 비대위 배제에 어른거리는 ‘문재인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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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원 기자I 2016.01.28 11:37:34

원내대표 제외는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처음
이 원내대표측, 비대위 상관없이 원내업무 집중
문 대표와 대립한 원내대표에게 책임물었다는 관측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퇴한 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28일 첫 일정으로 국립현충원을 찾았다. 김대중 김영삼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며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행보를 보였지만,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대위서 배제해 첫날부터 당내 분란이 일고 있다.

전날 더민주는 국회에서 중앙위원회를 열어 최고위원회를 대체하는 비대위원 인선 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당무 집행에 관한 최고책임기구인 비대위는 김 위원장과 박영선 우윤근 변재일 의원, 이용섭 전 의원,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까지 7명으로 구성됐다.

지금까지 교섭단체 대표인 원내대표는 당헌에 따라 최고위원회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했고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를 수행했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총선거, 지방선거 패배 등으로 인해 당대표와 최고위원이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경우에는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거나 비대위 위원을 추천해 비대위 체제를 꾸리기도 했다. 원내대표가 사실상 2인자 역할을 한 셈이다.

그동안 존재했던 더민주 비대위에서 원내대표가 빠지지 않았던 이유이다. 그런데 김종인 체제에서 국회운영을 책임지는 원내대표가 배제됐다. 처음있는 일이다.

김 위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원내대표가 비대위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비대위 회의 때마다 항상 참석해 같이 의논할 계획”이라며 “원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면 비대위를 운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를 활용하되, 최고위원회을 대체한 비대위의 의사결정 과정에는 참여시키지 않겠다는 뜻이다.

◇원내대표 제외로 선거전략 한 축 기능하지 못하게 해 = 비대위서 배제된 이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의 이러한 처사에 상당히 불쾌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원내대표가) 자신의 권한과 역할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직위를 유지하기 어렵지 않겠나하고 생각하는 느낌”이라면서 “원내대표가 그런 결정을 한다면 부대표들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원내대표측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 인선에 대해 상의 한마디 없었다”며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원내대표를 이렇게 박대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당 내부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왔다. 민병두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 새아침’에 나와 “구 당헌에는 원내대표는 당연직 비대위원장이거나 비대위원을 추천할 수 있거나 했다. 그만큼 원내대표를 독립적인 별도의 권력으로 인정했던 것이죠. (이 원내대표 배제는) 구 당헌과는 상당히 충돌이 되고, 기본적으로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원내대표에 대한 독립적인 권력을 인정한다는 기본 정신하고도 모순되는 점이 있다”고 비판했다. 민 의원은 “앞으로 원내 협상을 함에 있어서, 단순히 선거법과 관련된 것만이 아니라 경제 관련법도 있을 것이고요. 보육대란 문제 해결도 있을 것이고, 2월까지는 계속될 수밖에 없는데,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에서 배제하고 비대위가 이끈다면 선거 전략의 한 축을 실제로 기능하게 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사자인 이 원내대표는 이러한 논란에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원내대표직을 그만둘 수는 없다고 보고 비대위원 참여와 상관없이 원내업무에 집중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주류인 이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승계 가능성 차단 = 의문은 남는다. 왜 이 원내대표를 비대위서 제외했을까?

당 안팎에서는 김종인 비대위가 문 전 대표에 맞서왔던 이 원내대표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비주류인 이 원내대표는 지난해 정책위 의장 임명을 둘러싸고 문 대표와 대립했고 안철수 의원이 탈당하자 통합여행을 하겠다며 한동안 최고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각종 현안을 놓고도 문 대표와 불협화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민의당은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대위서 배제해 사실상 탄핵했다. 친노가 아니란 이유로 소속 국회의원이 선출한 원내대표를 지도부에서 제외한 것은 친노 패권주의의 극단을 보여준 것”이라며 “원내대표를 탄핵한 것은 헌정사에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힐난했다.

또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무너질 경우를 대비한 포석일 수도 있다. 1980년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참여 전력으로 머리를 숙인 김 위원장이 만에 하나 낙마하는 일이 발생할 때, 이 원내대표가 비대위에 있으면 이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아니면 이 원내대표가 나서 외부인사를 영입할 수도 있다. 분당 사태까지 감수하며 문 전 대표 중심으로 당을 꾸려온 친노 주류측 입장에서는 허용할 수 없는 일이다. 안전판 구축 차원에서 이 원내대표를 뺐다는 얘기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비대위와 선대위 면면을 보면 친노계와 범주류측 인사들이 대부분인데, 만약 2인자인 이 원내대표가 참여하면 비대위 주도권이 비주류측으로 넘어갈 수 있다”며 “총선 이후 당권 향배까지 내다본 조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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