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서울 경복궁 앞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은 약 4년에 걸친 공백 끝에 세계 최정상 아이돌그룹의 귀환을 알렸다. 하지만 이 화려한 귀환은 동시에 K팝 산업이 정체성과 진화 방향을 놓고 맞닥뜨린 기로를 상징하는 사건이기도 했다고 CNN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CNN에 따르면 BTS가 데뷔한 2013년과 비교하면 K팝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K팝은 그래미상을 수상하고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산업으로 성장했다.
UC버클리 사회학 교수 존 라이는 “K팝은 처음부터 수출 지향적이었다”고 말했다. 1990년대 초창기 에이치오티(H.O.T)와 에스이에스(S.E.S)의 그룹명이 영어권 발음을 의식해 지어진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2000년대 이후 기획사들은 그룹 내 일본어·중국어·영어 원어민 멤버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현지화 전략을 고도화했다.
예일대 사회학 교수 그레이스 카오는 지금을 K팝 ‘5세대’로 규정했다. 이 세대의 특징은 이전보다 훨씬 더 야심찬 글로벌화다. 블랙핑크의 신보 ‘데드라인’(Deadline)은 거의 전곡이 영어로 쓰여졌으며, 한국과 무관한 멤버로 구성된 그룹들이 세계 각지에서 데뷔하고 있다.
하이브의 승부수…“K팝 방법론의 수출”
이 흐름의 최전선에는 하이브(352820)(HYBE)가 있다. 하이브는 미국 레이블 게펜 레코드와 손잡고 2024년 로스앤젤레스(LA) 기반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를 선보였다. 멤버들은 스위스계, 인도계 미국인, 베네수엘라-쿠바계 미국인 등으로 구성됐으며 노래는 대부분 영어다.
논란도 뒤따르고 있다. “K팝이 맞는다”는 측과 “K를 하지 않으니 K팝이 아니다”는 측이 맞선다. 캣츠아이 측은 스스로를 “K팝 아티스트 개발 방법론을 사용해 구성된 글로벌 걸그룹”이라고 소개한다.
하이브는 2024년 주주서한에서 ‘멀티홈, 멀티장르’ 전략을 공식화했다. 인도, 중국, 일본, 라틴아메리카, 미국 등에 자회사를 세우고 현지 오디션을 열어 현지 아티스트를 ‘K팝 시스템’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라틴 음악을 K팝으로 바꾸는 게 아니라, K팝 방식으로 라틴 아티스트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블랙핑크 다수의 히트곡을 작곡한 대니 정은 “K팝을 정의하는 건 언어나 국적이 아니라 아티스트 육성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세심하게 설계된 비주얼 정체성, 팬 참여를 극대화하는 실물 굿즈 문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형성된 열렬한 팬덤이 K팝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
BTS의 컴백 성적은 엇갈린다. 지난 3월 무료 공연의 비(非)티켓 구역 입장객 수가 예상보다 적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하이브 주가가 급락했다. 그러나 넷플릭스 라이브 스트림은 1800만 뷰를 넘겼고, 북미·유럽·영국 41개 스타디움 공연 티켓은 전석 매진됐다. 빌보드에 따르면 BTS 신보 ‘아리랑’(Arirang)은 첫 주 앨범 유닛 64만1000개로, 2014년 빌보드의 유닛 집계 기준 도입 이래 그룹 최고 데뷔 주간 기록을 세웠다.
시장 전체로 봐도 K팝은 성장세다.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2019~2024년 4대 기획사(하이브·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에스엠(041510)(SM)·JYP Ent.(035900)(JYP엔터))의 합산 매출은 약 3배 늘어 30억 달러(약 4조4310억원)에 달했다. 이들 4사는 최근 공동 대형 공연 ‘패노미논(Fanomenon)’ 개최를 위한 합종연횡에 나섰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벌써 ‘K첼라’(코첼라에 빗댄 별칭)라는 이름이 돌고 있다.
“진화 막을 수 없다” vs “한국성이 팬덤을 만든다”
전문가들의 시각은 나뉜다. 카오 교수는 해외에 거주하는 아시아계 디아스포라(타국에서 살아가는 공동체 집단)가 ‘한국인이, 한국어로 노래하는 아이돌’에서 대리 만족을 찾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과 무관한 팬들도 K팝을 통해 한국 문화 전반에 입문하는 경우가 많다. K뷰티·K드라마·K푸드 등 한류 전반의 확산이 이와 맞닿아 있다.
반면 대니 정 작곡가는 1990년대 힙합에 비유하며 “올드스쿨 팬들이 지금 힙합을 비판하듯, 변화를 막을 수는 없다”고 했다. K팝의 글로벌화가 예술의 접근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카오 교수는 K팝이 아직 포화 상태에 이르지 않아 성장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BTS처럼 소셜미디어 초기와 팬데믹 특수를 동시에 누린 그룹의 성공을 재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핵심 질문은 “K팝에서 ‘한국’을 빼도 팬들이 따라올 것인가”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5세대 K팝이 세계 시장에서 어떤 성적을 내느냐에 달려 있다.
|




!['개과천선' 한국판 패리스 힐튼 서인영의 아파트[누구집]](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5/PS26050300075t.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