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완승]대량살상 생화학 무기인데…허술한 보톡스 균주 관리

박일경 기자I 2020.07.07 11:54:22

전 세계 보툴리눔 톡신 상업화 업체 단 4곳뿐
국내 제조사는 10여곳 달하는 기현상 나타나
균주 출처 제대로 조사 않는 ‘질본 책임론’도
“중기부, 기술침해 행정조사·현장조사 필요”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보툴리눔 톡신은 1그램(g) 만으로 100만명 이상을 죽일 수 있는 지구상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독이다. 보툴리눔 톡신은 인체 내부에서 신경과 근육 마비를 일으켜 약 0.00007㎎으로 70㎏ 성인 남성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맹독으로 대량 살상을 위해 물 혹은 음식, 공기 등을 통해 바이오 테러용 생물무기로 악용될 수 있다.

(자료=업계)


때문에 국제 사회는 지난 1975년 대량살상 생물무기로의 전용을 사전 차단하고자 국가 간 이동 등을 금지하는 ‘생물무기금지협약(The Biological Weapons Convention)’을 발효했다. 한국은 1987년 6월 가입했다. 보툴리눔 톡신 균주 관리가 철저한 이유인데, 최근 국내 보톡스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크게 증가하면서 균주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걱정하는 시각이 나온다.

7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한국 외에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상업화한 업체는 단 4곳뿐이다. 보톡스란 제품명으로 유명한 미국 엘러간을 비롯해 중국 란주 BTX-A, 프랑스 입센디스포트, 독일 멀츠제오민으로 엘러간과 란주 균주 기원은 홀 하이퍼(Hall hyper)이고 입센디스포트와 멀츠제오민 균주 기원은 ATCC 3502이다.

Hall Hyper 및 ATCC 3502 균주는 미국의 이반 홀(Ivan C. Hall) 박사가 분리·동정한 균주로 모두 ‘Hall 균주’라고 지칭한다. 우리나라 최초로 보툴리눔 톡신 분리·동정에 성공한 메디톡스(086900)의 균주 기원은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들여온 Hall hyper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전 세계적으로 불과 4개 국가에서 4개 업체만이 맹독 보툴리눔 톡신 분리·동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내 사정은 다르다. 지난 2006년 메디톡스가 ‘국산 1호 보톡스’ 메디톡신을 내놓은 이후 14년 만에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판 및 임상 진행 중인 한국 업체는 10곳에 달한다. 실제 판매·개발 중인 10개사 외에도 사업화 하겠다고 나선 회사까지 합치면 현재 13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메디톡스를 포함한 휴젤(145020), 대웅제약(069620), 휴온스(243070) 등 4개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획득한 상태다. 우리나라에서만 글로벌 상업화 성공 기업 수와 같다. 보톡스 기술을 확보하면 필러를 함께 팔 수 있어 시장성이 매우 좋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균주 도용 의혹 사건은 메디톡스가 독자 개발한 고난이도 ‘분리·동정’ 기술을 확보했다는 국내 업체가 난립하면서 그간 기술탈취에 대한 우려가 곪아 터져 나왔다는 분석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일각에서는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는 질병관리본부 책임론을 거론한다. 식약처·질본 신고서를 보면 ‘토양’, ‘부패한 통조림’ 등처럼 균주 기원 란에 몇 글자 안 적고 신고한다고 전해졌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영업 기밀과 자사 기술 보호를 내세워 균주 기원을 제대로 밝히지 않는 상황인데, 메디톡스 전직 연구원·기술자들을 포섭해 기술도용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메디톡스 측이 하게 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메디톡스·대웅제약 ‘보톡스’ 분쟁 사태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제조·생산한 균주 출처에 관한 보건당국의 정확한 실태 파악은 물론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지난 2018년 12월부터 시행된 중소기업기술 보호지원에 관한 법률상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침해 행정조사 및 현장조사가 실질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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