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파마와 거대 헬스케어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독창적인 플랫폼 기술력으로 틈새를 파고들어 게임 체인저를 노리는 한국의 다크호스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추론을 넘어 항체를 직접 설계하거나 기존 의료 관행을 송두리째 바꾸는 혁신적인 진단 솔루션으로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데일리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콘텐츠 팜이데일리는 AI 신약 개발과 진단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며 성과를 가시화하고 있는 △에이아이메딕 △메디픽셀 △갤럭스 △히츠 등 4개 기업을 심층 취재하고 지난해 실적 및 현황을 바탕으로 향후 전망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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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강화되는 K-AI진단·신약개발...가능성 넘어 숫자로 증명
한국 의료 AI 기업들의 위상은 이제 가능성을 넘어 숫자로 증명되는 단계에 진입했다. 진단 분야에서는 글로벌 선도 기업의 빈틈을 파고들고 신약개발 분야에서는 빅파마와의 실제 계약을 통해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
심혈관 질환 진단 분야에서는 에이아이메딕(AI Medic)의 행보가 단연 눈에 띈다. 에이아이메딕은 미국 하트플로우(HeartFlow)가 사실상 독점해온 비침습 혈류역학 분석(CT-FFR) 시장에 세계 두 번째로 진입하며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경쟁사인 하트플로우는 지난해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하트플로우의 실적 성장세는 매섭다. 2024년 1억2580만달러(약 1800억원)였던 연간 매출은 지난해 1억7300만달러(약 230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37%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거대한 골리앗 앞에서 에이아이메딕이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하트플로우의 아킬레스건인 클라우드 분석 방식을 해결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심은보 에이아이메딕 대표는 “하트플로우는 환자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내 분석하는 탓에 결과 도출에 수 시간이 소요된다"며 "하지만 에이아이메딕의 하트메디플러스는 병원 안에서 완전 자동으로 15분 내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응급 상황이 빈번한 심혈관 센터에서 15분이라는 시간은 곧 생명과 직결되는 핵심 경쟁력으로 여겨진다.
심혈관 시술 현장의 눈을 바꾸고 있는 메디픽셀(Medipixel)의 약진도 주목된다. 메디픽셀은 전 세계 심혈관 조영영상 장비 시장 점유율 1위인 글로벌 기업 필립스(Philips)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단숨에 글로벌 유통망을 확보했다.
메디픽셀의 핵심 무기으로 심혈관 조영영상 분석 솔루션 메디픽셀 엑스레이 앤지오그래피(MPXA)가 꼽힌다. 관상동맥 중재술(PCI) 시술 중 의사의 육안에 의존하던 협착 정도 판독을 AI가 1~2초 만에 정량화해 보여준다.
송교석 메디픽셀 대표는 "기존에 숙련된 의사라도 혈관이 얼마나 좁아졌는지 눈대중으로 판단해야 했다"며 "하지만 MPXA는 이를 정확한 수치로 즉시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시술실의 표준을 바꾸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MPXA는 이미 202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하며 기술적 장벽을 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필립스의 인터벤션 영상 시스템인 아주리온(Azurion)에 메디픽셀의 솔루션을 탑재하는 논의가 구체화되며 하드웨어 일체형 AI 전략이 가시화됐다. 메디픽셀은 인도 인볼루션 헬스케어와 맺은 6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시작으로 동남아와 북미 시장에서 실질적인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송 대표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판매를 넘어 글로벌 의료기기 제조사의 장비에 우리 기술이 심어지는 방식이 메디픽셀의 가장 강력한 해자"라고 자신했다.
신약개발 분야에서는 설계와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실제 계약과 투자 유치로 성과를 입증했다. 갤럭스(Galux)는 지난해 12월 글로벌 빅파마 베링거인겔하임과 인공지능 기반 정밀 단백질 설계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 AI 단백질 설계 기업이 글로벌 톱티어 제약사와 맺은 첫 공식 공동 연구 계약으로 파악된다.
갤럭스 관계자는 “기존 데이터에 의존하지 않고 제로 베이스에서 단백질을 설계하는 갤럭스디자인 플랫폼의 기술력이 빅파마의 검증을 통과한 것”이라며 “타깃당 50개의 소규모 설계만으로도 30% 이상의 결합 항체를 확보하는 등 압도적인 효율성이 계약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히츠(HITS) 역시 지난해말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브릿지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하며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히츠의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 하이퍼랩은 국내외 연구 현장에서 필수 툴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업데이트된 히츠의 코폴딩 기능은 구글 알파폴드3와 대등한 구조 예측 정확도를 보이면서도 약물 활성 예측에서는 경쟁사를 압도하는 성능을 입증했다.
김우연 히츠 대표는 “전통적인 실험 방식은 한계에 봉착했다”며 “확보된 자금을 바탕으로 AI가 가상 실험까지 수행하는 자율 실험실 구축을 앞당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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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전망 살펴보니...글로벌 표준 선점해야 생존
이들 기업의 미래는 기술적 완성을 넘어 상업적 성공과 글로벌 표준 선점에 달려 있다. 올해는 국내 의료AI 기업들에게 분수령의 해가 될 전망이다. 에이아이메딕은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코스닥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메디픽셀은 필립스와의 협업을 통해 얼마나 많은 글로벌 병원 시술실에 자사 로고를 띄울 수 있는지가 핵심 지표가 될 것이다.
의료AI 업계 전문가는 "메디픽셀의 경우 별도의 영업망을 구축하는 대신 이미 깔려있는 필립스의 장비를 타고 들어가는 B2B2H(Business to Business to Hospital) 전략이 매우 유효했다"며 "이는 초기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영리한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신약개발 분야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과가 본격적으로 재무제표에 반영될 전망이다. 갤럭스는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을 시작으로 다수의 글로벌 빅파마와 추가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 단순한 공동 연구를 넘어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히츠 또한 K-폴드 개발 사업을 통해 확보한 원천 기술을 글로벌 시장에 무료로 배포하며 플랫폼 생태계를 장악하겠다는 안드로이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강화될 예정이다.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의 출범으로 규제 완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기기 인·허가 심사기간 단축도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기술특례 상장이 활성화되면 의료AI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용이해질 수 있다. 에이아이메딕의 성공 사례가 나올 경우 후속 기업들의 상장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의료AI 산업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기술 차별화와 해외 진출, 정부 지원이라는 세 박자가 맞아떨어질 경우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분야가 될 수 있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있다. 먼저 국내 수가 기준이 개선돼야 한다. 글로벌 수준의 수가 책정이 이루어질 경우 국내 시장의 성장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두번째는 데이터 접근성 확대가 꼽힌다. AI의 학습에 필수적인 고품질 임상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인재 확보가 중요하다. AI 신약개발과 의료 AI 분야의 전문가들이 부족한 상황에서 우수 인재의 영입과 육성은 지속적인 과제로 여겨진다.
의료AI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의료AI 기업들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해였다면 올해는 글로벌 기업들과 정면 승부하며 한국산 의료AI가 표준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