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30대)는 지난해 3월 2일 결별을 요구한 전 여자친구 B씨의 직장에 찾아가 B씨의 머리를 몽키스패너로 내리친 뒤 식칼로 수차례 찔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이를 제지하던 B씨의 직장동료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했다.
A씨는 B씨와 이별한 뒤 B씨 집에 무단 침입하는 등 지속적으로 스토킹 범행을 저질렀다. B씨의 신고로 경찰조사를 받게 되자 A씨가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범죄로 B씨의 왼쪽 머리는 7cm가량 찢어졌고 간, 폐, 늑골, 횡격막을 크게 다쳤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심신미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살펴보면 상고 이유에서 주장하는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징역 15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은 A씨에 징역 15년,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80시간, 보호관찰명령 5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보호받아야 할 절대적인 가치로서 이를 침해하려는 범죄는 비록 미수에 그쳤다고 하더라도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면서도 “피고인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다행히 미수에 그쳐 사망이라는 극단적 결과까지 이르지 않은 점, 피고인의 가족들은 피고인에 대한 계도를 다짐하며 선처를 구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이에 검찰과 피고인 측은 ‘양형 부당’을 주장하며 쌍방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모두 기각했다.
2심은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사유는 모두 원심이 선고형을 정하면서 반영한 사정들이고 달리 이 법원에서 새로이 반영해야 할 양형사유가 있다거나 별다른 사정변경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며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위해 형사공탁을 했지만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이 사건 범행 이후 우울증 등 상당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계속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지만 원심의 선고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가 요구한 전자장치 부착 명령에 대해 많이 고민했지만 A씨에 대한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 등을 통해서도 재범 예방 효과를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청구는 기각한다”며 “A씨가 반성하고 앞으로 숨어서 살겠다고 재판부에 명확히 밝힌 만큼 그 약속을 믿어보겠다. 형을 마친 다음에도 불미스러운 일이 없길 바라고, 그런 위험이 있을 때는 전자장치 부착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B씨는 앞서 JTBC ‘사건반장’과의 인터뷰에서 “마지막 2심 선고 기일에 언니랑 법정 안에서 엉엉 울었다”며 “(가해자는) 15년을 살고 나와도 50살이 채 안 되는 건장한 나이다. 너무 무섭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정말 이민을 가야 하나 그런 고민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