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슬의 글로벌pick]'포스트코로나' 아닌 '위드코로나'의 투자법

정다슬 기자I 2020.06.22 12:11:27

19일 美신규확진자 수 3만명으로 올라서
V자 경기회복 어려워…주가거품 우려 커져
연준 2월말 이후 첫 대자대조표 축소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엄청나게 효과적인 백신이 나오지 않는 한) 2021년까지 우리는 바이러스와 함께 살 것이다. 이제 기대를 재설정하고 행동을 바꿀 때다”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의 지난 19일(현지시간) 기사입니다. 코로나19가 처음 발발했을 때 우리는 수많은 낙관적 전망을 했습니다.

△중증호흡기급성증후군(SARS)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를 볼 때 전염병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여름이 되면 바이러스 전염력이 약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소멸할 것이다 △약간 강한 독감에 불과하다 △곧 백신과 치료제가 발견되어 사태는 진압될 것이다.

물론 이런 낙관적 전망이 들어맞을 수도 있겠죠.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바이러스 퇴치가 아닌 효과적인 의약품이 나올 때까지 상황을 통제해 시간을 벌어들이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바이러스와의 공존을 가정해 살아가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지요.

◇“2차 대유행? 1차도 안 끝났다”

△미국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 추이[사진=존스홉킨스대학]
실제 우리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증거는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미국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3만명이 기록했습니다. 한동안 미국의 신규 확진자 수는 2만명대에서 유지됐는데 어느덧 3만명대로 올라선 것입니다. 애플은 지난 금요일 확진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플로리다, 애리조나, 사우스 캐롤라이나, 노스 캐롤라이나 4개 주에서 11개의 점포의 문을 다시 닫았고요.

유럽 역시 유럽 내 관광이 허용되면서 다시금 확진자 수 증가세가 가팔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도 코로나19 대응이 가장 질서정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독일에서조차도 지난 21일 코로나19 감염자 1명이 전파시키는 재생산지수(R)값이 1.79에서 2.79로 올라갔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코로나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2차 유행은 커녕 1차도 안 끝났다”고 말했죠. 과학적으로 2차 대유행은 1차 대유행이 소강된 후에 다시금 감염자가 늘어나는 것인데 미국의 경우, 제대로 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활동을 재개하고 사회적 거리가 좁아지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대유행이 일어난다고 우리가 다시 경제를 ‘락다운’(Lock Down)할 수 있을까요?

이미 세계 경제는 코로나19로 너무 많은 타격을 받았습니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없더라도 세계 경제는 올해 마이너스(-) 6.0%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지난 3월 전망인 2.4%에 비해 무려 8.4%포인트 하락한 것입니다. 내년에는 5.2% 성장한다고 전망해, 올해 입은 경제적 타격을 다 만회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봤죠.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제시했던 -3%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또다시 낮추겠다고 공표한 상황입니다. (24일 발표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더라도 또다시 경제활동을 멈추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연일 최다 확진자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브라질과 인도의 상황을 봐도 알 수 있죠. ‘코로나19보다 굶어죽는 게 무섭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목숨을 건 경제 재개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에 직접 대출 나선 연은…대공황 이래 90년만

만약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된다면 향후 경제에 대한 판단, 대처, 투자전략 등도 모두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자산시장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경제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 아래 ‘분노의 질주’를 했습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막대한 유동성을 퍼붓고 있고, 경제는 회복될 것이니 ‘주식 바겐세일’이 일어나는 이 시기야 말로 투자를 해야 한다는 계산이었죠. 그 결과 주식에 관심이 없던 개인들까지 투자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월가에서는 거품 논란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헤지펀드 GMO를 설립한 투자전략가 제레미 그랜덤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시장이 일방적인 낙관론 속에 방향을 잃어버린 것 같다”며 “최근 주식 투자 비중을 줄였다”고 밝혔습니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의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미 주식시장이 과대평가 돼 있다는 견해를 내비쳤습니다.

연준의 태도 변화 역시 감지됩니다.

△연준 대차대조표가 2월 말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사진=afp제공]
바로 미국 연준이 지난 2월 말 이후 처음으로 대차대조표를 축소한 것인데요. 지난 2월 25일 4조 3119억달러였던 연준의 자산은 지난 9일 7조 1689억달러까지 늘어났다가, 지난 16일 7조 94억달러로 내려왔습니다.

그동안 연준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국채, 회사채, 모기지채권 등을 매입해 엄청난 유동성을 공급해왔습니다. 이를 확인해볼 수 있는 것이 연준이 가지고 있는 회계장부인 대차대조표거든요. 연준의 자산이 축소됐다는 것은 1595억달러, 우리 돈은 193조원에 달하는 유동성이 다시 흡수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 뉴욕 연준은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금리를 0.1%포인트 인상했습니다. 레포 금리는 금융기관들이 안전자산을 담보로 연준에 하루짜리, 길면 일주일 정도 대출을 받을 때 적용되는 금리입니다. 안전자산을 담보로 신용도가 높은 금융기관들이 빌리니 압도적인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죠.

문제는 최근 이 레포 시장을 통해 금융기관들이 돈을 빌려 자산시장에 투자하는 행동이 일어나며 자산 거품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연준의 레포 금리 인상은 이같은 행동을 차단하겠다는 시도로 읽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같은 사실만으로 연준이 유동성 공급을 중단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지난 3·4월처럼 “금융시장이 흔들린다면” 연준은 언제든 구원투수가 될 것입니다. 다만 더는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 거품을 낳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역력합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 16, 17일 의회에 출석해 발언했는데요. 여기서는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지적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강조했습니다.

사실 연준의 유동성 공급은 말 그대로 ‘돈 폭탄’입니다. 연준은 이 돈이 어디로 흘러들어갈 지 통제할 수 없죠. 그 결과 수많은 유동성이 자산시장에 들어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반면 정부의 재정정책은 정확한 타깃팅이 가능합니다.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정부의 재정정책을 촉구하는 발언을 내놓은 것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할 수 있으니 이를 너무 과도하게 사용하면 좋지 않다. 정부가 나서서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습니다.

즉, 연준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법 자체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15일 연준은 긴급중소기업대출 제도(MSLP)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MSLP란 쉽게 말하자면 긴급 자금 수혈이 필요한 중소기업에 연준이 직접 대출에 나서는 것입니다. 이같은 조치는 1930년 대공황 이래 90년만입니다.

중앙은행은 은행을 고객으로 하는 은행입니다. 우리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있어도 한국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연준이 나서 직접 중소기업에 돈을 꽂아주겠다는 것입니다. 은행을 대상으로 돈을 공급하는 것이 실물경제로 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자산시장의 거품, 연준의 태도 변화…이 세 가지 변화 속에서 우리의 판단과 행동을 재점검할 때가 왔습니다.

CNBC 매드머니 진행자인 짐 크레이머는 “뉴 노멀(new normal)은 올해 내내, 아니면 더 길게 이어질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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