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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대사는 매년 여름과 겨울이 되면 가장 오랜된 양복을 한벌을 꺼내 버린다. 그리고 똑같은 무늬와 똑같은 브랜드의 기성복을 아울렛에서 사서 채워넣는다. 정확하게 5년 주기로 하나씩 버리고 사는 셈이다.
“남자옷 중에 제일 비싼 게 양복인데, 이렇게 하면 쇼핑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어 너무 편리합니다. 그런데 우리 가족들은 쇼핑의 즐거움도 모르는 불쌍한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지난 23일 뉴욕 맨해튼에 있는 유엔 한국대표부 공관에서 만난 오 대사는 천상 외교관이었다. 1978년 외교부에 들어가 38년째 외교관으로 살고 있다. 해외 근무가 많은 탓에 늘 물건은 최소한의 것만 사는 습관에 몸에 베었다. 꼭 필요한 게 아닌 물건은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지난해 1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연설은 오 대사의 이름이 회자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당시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의 마지막 회의로 북한의 인권문제가 의제로 올라온 상태였다. 오 대사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북한 사람들은 그저 아무나가 아닙니다. 수백만의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아직도 북한에 살고 있는 가족과 친척들이 있습니다”라고 연설했다.
이 연설은 유튜브에서 수백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이 연설을 계기로 오 대사의 페이스북 친구는 허용 한계인 5000명까지 늘어났다. 북한의 인권 실상을 알리는 데 기여한 공로로 영산외교인상을 수상했다.
이후 오 대사는 ‘생각하는 미카를 위하여’란 책도 펴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둘 걸로 생각하진 못했어요. 유엔 외교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죠. 그 덕택에 많은 젊은이들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더러 진지하게 인생상담을 해오는 젊은이들이 꽤 있었어요. 젊은이들에게 정성스런 대답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책을 펴내게 됐습니다. 짧은 책인데도 쓰는데 9개월이나 걸렸어요. 쉽지 않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