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가온 너무 자랑스러워" 클로이 김이 보여준 여제의 품격

이석무 기자I 2026.02.13 08:00:32

최가온에 역전 당해 올림픽 3연패 무산
어깨 부상 투혼 속에서 놀라운 기량 발휘
"이제 바통 넘겨줄 시간...은메달도 충분한 승리"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동계 올림픽 사상 첫 스노보드 3연패를 노리던 ‘여제’ 클로이 김(26·미국)의 거침없는 질주가 아쉽게 멈춰 섰다.

대기록의 문턱에서 그를 멈춰 세운 이는 다름 아닌 ‘클로이 김 키즈’ 최가온(17·세화여고)이었다. 클로이 김은 아쉬운 결과 앞에서도 환한 미소로 후배를 안아주며 레전드다운 품격을 보였다.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획득해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최가온(가운데)이 은메달을 획득한 미국의 클로이 김(왼쪽), 동메달을 획득한 일본의 오노 미쓰키와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클로이 김(왼쪽)이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금메달을 차지한 최가온에게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클로이 김은 13일(한국시각)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최종 88.00점을 기록, 최가온(90.25점)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2018 평창, 2022 베이징에 이어 전무후무한 올림픽 3연패를 노렸던 그의 바람은 한끗이 모자랐다.

이날 결선 초반 분위기는 클로이 김의 완승으로 흘러가는 듯했다. 그는 1차 시기에서 독보적인 체공 시간과 화려한 공중 회전을 선보이며 88.00점을 획득, 일찌감치 선두로 치고 나갔다. 경쟁자들이 줄줄이 실수를 연발하는 사이 클로이 김은 대기록 달성에 성큼 다가섰다. 중계석과 관중석 모두 “역시 여제”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반면 클로이 김을 ‘우상’으로 삼고 그를 바라보며 성장한 최가온은 가시밭길이었다. 1차 시기에서 큰 충돌로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2차 시기에서도 실수를 범하면서 전체 12명 중 11위까지 처져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3차 시기에서 최가온이 90.25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대역전에 성공했다. 클로이 김의 3연패를 의심하지 않았던 경기장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마지막 순번으로 나선 클로이 김은 재역전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으나 레이스 도중 넘어지면서 끝내 고개를 숙였다.

클로이 김의 이번 대회는 부상과 사투였다. 그는 지난달 스위스 훈련 중 왼쪽 어깨가 탈구되는 중상을 입었다. 이번 올림픽도 정상이 아닌 몸으로 나섰다.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어깨 보조기를 착용한 채 예선 1위로 결선에 오르는 괴력을 발휘했다.

클로이 김은 결승전 후 인터뷰 “부상 이후 3연패라는 기록보다 무사히 경기를 마치는 것이 더 중요했다”며 “지금의 은메달도 내게는 충분한 승리”라고 털어놓았다.

기록은 멈췄지만 ‘여제’ 타이틀을 물려주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클로이 김은 최가온의 우승이 확정되자마자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넸다. 이날 기준 17세 3개월은 최가온은 2018년 자신이 세웠던 역대 최연소 금메달 기록(17세 10개월)을 7개월이나 앞당겼다.

클로이 김은 최가온을 바라보며 “매우 자랑스럽고, 이제는 바통을 넘겨줄 시간”이라며 치켜세웠다. 시상대 위에선 최가온을 마치 친동생처럼 대하면서 그의 옷 매무새를 고쳐주기도 했다. 실제로 클로이 김과 최가온은 국제대회에서 만날 때마다 친자매처럼 지내는 절친으로 알려져있다.

“22년간 보드를 타며 걷는 것보다 타는 게 더 익숙하다”던 클로이 김의 기록 행진은 멈춰섰다. 하지만 그가 전세계에 뿌린 씨앗은 한국에서 최가온이라는 황금빛 결실로 맺어졌고, 여자 하프파이프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AP통신은 “클로이 김이 자신이 영감을 줬던 소녀에게 타이틀을 넘겨주며 세대교체의 상징이 됐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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