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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욱 리노빗(RINORBIT) 대표는 회사를 이렇게 소개했다. 리노빗은 AI 디지털 병리 통합 솔루션을 개발하는 AI 의료기기 기업이다. AI 디지털 병리 통합 솔루션은 병리 슬라이드를 자동으로 디지털화하는 AI 스캐너(Robotic AI Whole Slide Scanner) 바이오스코프(Bioscope)와 세포를 판독하는 AI 진단 소프트웨어, 데이터 저장·관리를 맡는 AI 병리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서울대 화학공학과 출신의 시각장애인 창업가인 안 대표는 "생명과 직결된 병리 세포진단의 구조적 모순을 기술로 풀겠다"고 말했다.
2023년 설립된 리노빗은 창업 3년 만에 제품 양산 단계에 올랐다. 그 배경에는 오랜 준비가 있다. 안 대표는 2016년부터 필요한 기술을 모니터링하며 사업을 완벽히 구상한 뒤 실행에 옮겼다. 그는 "머릿속 사고 실험으로 안 되는 것은 버리고, 되는 것만 확인해 시작했다"며 시행착오 없이 속도를 낼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1973년생인 안성욱 대표는 7년 전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었다. 그러나 좌절하는 대신 의료 불평등을 해결하겠다는 신념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자궁경부암을 첫 대상으로 삼은 이유도 의료 접근성 격차가 가장 큰 암이기 때문이다. 자궁경부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95%를 넘지만, 병리사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는 발견이 늦어 유병률과 사망률이 높다.
안 대표는 "선진국에서는 진단을 보조하는 도구로, 개발도상국에서는 인력을 대신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화가 이뤄지면 원격 검진도 가능해 국내 의료 인프라와 인력을 개발도상국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NGO·공적개발원조(ODA) 차원에서 개발도상국 수출 논의가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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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시장, 부족한 인력
자궁경부암 진단 시장은 2033년 약 20조원 규모로 전망된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시장은 연 8%씩 성장하고 있다. 자궁경부암 세포검사는 전 세계에서 매년 3억건, 국내에서만 800만건가량 시행된다. 그러나 판독을 맡을 병리 전문의 충원율은 10%대에 그쳐 인력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병리과의 AI 도입이 늦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영상의학과의 MRI·CT는 10여 년 전 디지털화를 마쳐 방대한 데이터로 AI 학습이 가능했지만, 병리과는 여전히 현미경으로 슬라이드를 들여다본다. 디지털 전환이 늦어지면서 AI 도입도 지연됐다.
이유는 데이터 규모다. 안 대표는 "슬라이드 한 장을 디지털화하면 약 3GB(기가바이트)가 나온다"며 "인공위성으로 지상의 자동차 한 대를 보는 것과 같은 스케일"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기술로는 병원이 감당하기 어려웠지만, 저장장치 가격은 내리고 컴퓨터 성능은 고도화 되며 상황이 달라졌다.
온디바이스 AI로 차별화…'비대칭 데이터'도 정복
리노빗의 경쟁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개발한다는 데 있다. 다른 기업들이 장비에서 나온 데이터를 후처리하는 방식이라면, 리노빗은 AI가 하드웨어에 직접 올라가 장비를 제어하며 분석하는 '온디바이스 AI' 구조다. 안 대표는 "사람이 현미경으로 관찰하다가 이상한 부분을 발견하면 해당 부위를 다시 확대해 자세히 살펴보듯, AI도 이상 신호를 감지하면 그 영역을 추가로 정밀 분석할 수 있다"며 "불필요한 분석은 줄이고 필요한 부분에 집중할 수 있어 검사 시간은 단축되고 정확도는 높아진다"고 말했다.
기술 정밀도도 강점이다. 리노빗은 세포 하나를 1만3000픽셀 이상으로 분석한다. 세포 군집의 입체 구조를 읽어내기 위해 여러 초점에서 얻은 이미지를 하나로 합치는 초점 스태킹(Z-스태킹) 기술도 독자 개발했다. 슬라이드의 깊이(Z축)를 조금씩 달리한 여러 층의 이미지를 AI로 합쳐 하나의 영상 파일로 만드는 방식이다.
인력 구성도 강점으로 꼽았다. 정밀 정비가 필요한 하드웨어는 25년 이상 경력자가, AI는 신진 인력이 맡아 '신구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특정 장비 제조사에 얽매이지 않는 점도 강조했다. 안 대표는 "AI는 장비 특성에 따라 파인튜닝이 필요해 벤더 종속성이 생기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리노빗은 이 종속성에서 벗어나 있다"고 했다.
리노빗은 최근 스페인 팔마 데 마요르카에서 열린 국제 AI 의료학술대회 'AiMH 2026'에서 최우수 논문상(Best Paper Award)을 받았다. 안 대표는 "상업적으로 가치가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받은 상"이라고 했다. 추가 비용 없이 AI 성능을 끌어올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았다는 설명이다.
이번 수상 기술의 핵심은 '비대칭 데이터' 문제 해결이다. 의료 데이터는 정상 사례는 많고 비정상 사례는 적다. AI는 정상과 비정상 데이터가 비슷해야 학습이 쉬운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리노빗은 데이터셋을 크게 늘리지 않고도 정확도를 높이는 기법을 제시했다. 학습 비용이 줄고, 모델이나 기존 장비를 바꾸지 않아도 AI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
경쟁력의 바탕에는 데이터가 있다. 리노빗은 전문의 태깅을 마친 5만8000건의 클린 데이터셋을 확보했다. 양질의 데이터로 높은 판독 정확도와 후발주자의 진입장벽을 만든다는 설명이다.
하반기 국내 납품 시작, 2030년 매출 403억 전망…급여 시장 정조준
리노빗은 표준 검사 방식(PAP·LBC)으로 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시장을 겨냥한다. 비표준·비급여가 아닌 제도권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다. 회사에 따르면 바이오스코프로 진단 생산성은 1.75배로 오르고, 일일 처리량은 인당 120건에서 기기당 180건으로 늘어난다. 건당 처리 비용은 2167원에서 1235원으로 43% 절감된다.
상용화 단계도 구체적이다. AI 스캐너는 지난해 식약처(K-FDA) 인증을 완료했고 ISO 13485와 체외진단 의료기기 제조허가를 보유한다. AI 진단 소프트웨어는 임상적 성능시험을 거쳐 연내 승인을 목표로 한다. '하드웨어 우선 보급, 소프트웨어 원격 탑재' 전략으로 시장에 빠르게 진입한다는 구상이다.
국내 납품은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된다. 대형병원 구매의향서(LOI)와 대형 수탁사 공급 협의로 연내 매출 기반을 마련했다. 임상은 중앙대병원과 논의 중이며, 기존 검사에 쓰인 슬라이드로 진행하는 후행적 시험이어서 빠르면 3개월 안에 끝날 것으로 회사는 기대한다. 안 대표는 "장비 매출로만 올해 목표 15억원은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 전망도 제시했다. 리노빗은 2028년 흑자 전환, 2030년 매출 403억원과 영업이익 127억원(영업이익률 37.8%)을 목표로 한다. AI 소프트웨어 매출 비중은 2028년 39%에서 2030년 63%로 높아져 수익성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투자 유치는 현재까지 40억원을 받았고 시리즈A를 진행 중이며, 본라운드 자금은 글로벌 인증·데이터·핵심 인재 확보에 투입한다. 상장은 매출이 본격화되는 2029년부터 준비할 계획이다.
해외 판매망도 넓히고 있다. 미국에서는 메디테크 전문기업 SP Magna와 합작법인을 세우고 2027년 빅파마와의 연구개발(R&D) 파일럿을 준비한다. 안 대표는 아스트라제네카·로슈처럼 빅파마가 독자적인 데이터·병리 AI를 인수하는 인수합병(M&A)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리노빗은 자궁경부암을 시작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자궁경부암 모델을 '파인소스 모델(fine source model)'로 삼아 소량의 튜닝만으로 다른 분야에 적용할 수 있어, 데이터 부족 문제를 풀며 신속하게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우선 요세포(소변) 검사가 다음 목표다. 건강검진 때 채취하는 소변으로 별도 샘플 없이 검사할 수 있어 환자 편의성도 높다. 안 대표는 이를 통해 요도암·방광암 진단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갑상선 세포와 동물 세포 진단도 확장 후보다. 특히 반려동물 시장 성장으로 수의 진단 수요가 늘고 있는 데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동물병원 수익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안 대표는 리노빗의 목표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자궁경부암을 잘 진단하는 회사, 장기적으로는 병리로 진단하는 모든 암을 진단할 수 있는 회사가 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는 인력이 없어 암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는 의료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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