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전화 통화가 우호적인 신호가 된 것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취임 첫날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으나 중국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취임 직후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그간 엄포 놓던 것을 생각하면 예상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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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對中) 견제가 다소 누그러졌다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전화 통화 후 투자자들이 중국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2기 트럼프 행정부 체제에서 미국과 중국이 의외로 차분하게 출발한 이유는 누구의 노력 덕분일까. 트럼프 대통령의 기질이 예전보다 다수 누그러졌기 때문일까.
외교가에서는 이번 트럼프-시진핑 전화 통화를 두고 ‘누가 통화를 하자고 먼저 제안했을까’가 관심사에 올랐다.
두 사람이 통화한 건 아직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었을 때여서 시기적으로 이른 감이 있었다. 정상간 교류는 공식 취임 이후에나 이뤄지는 게 보통이다. 시 주석은 2021년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 때도 취임 21일이 지나서야 전화 통화를 했다.
외교적 관례를 보면 국빈 방문 같은 고위급 교류를 할 때 누가 초대를 했고 상대방이 이에 응했는지를 알리곤 한다. 중국 정부는 통상 전화 통화 같은 고위급 교류를 할 때 누구의 요청이 있었는지 밝히곤 한다.
이번 전화 통화와 관련한 발표를 볼 때 정황상 중국측이 먼저 제시해 성사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측의 발표를 보면 ‘약속에 응해서’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어느 쪽이 제시해서 받아들였다는 것”이라며 “시 주석이 먼저 발언하면서 (대선) 당선을 축하했다”고 전했다. 만약 트럼프가 먼저 통화하겠다고 한 것이면 중국이 이를 감출리도 없다.
중국측이 먼저 전화 통화를 제안했다면 그만큼 2기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중국의 요구가 강하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이미 중국은 외교부 브리핑과 관영 매체 보도 등을 통해 미국에 유화적인 입장을 지속해서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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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이틀간 분위기를 놓고 보면 중국의 기대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으나 취임식 당일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21일 브리핑에서 2월부터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미국 내 일명 ‘틱톡 금지법’ 시행으로 중국 앱 틱톡이 퇴출될 위기에 처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 조치를 75일간 유예하라고 지시해 한숨을 돌리기도 했다.
중국 내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관세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키워드가 최대 인터넷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만큼 큰 화제를 모았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 대통령 취임식 후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중·미 경제무역 협력의 본질은 상호 이익”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고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중·미 관계가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룬다면 의심할 여지 없이 세계에 더 많은 좋은 소식을 가져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유화적 입장이 효과를 볼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올해 중국을 방문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 나는 초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내 중국을 방문할 경우 그를 맞는 시 주석 또한 다양한 선물 보따리를 내놓을 테고 예상외로 양국 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탈 수도 있는 셈이다.
물론 미국이 그간 강경했던 대중 정책을 쉽게 전환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드물다. 미국과 중국은 지금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미·중 무역 갈등을 촉발한 시기가 1기 트럼프 행정부 때였고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또한 재임 시절 중국에 대한 수출·투자 제한, 관세 인상 등 대중 견제 수위를 높였다.
중국 내에서도 일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초 행동을 지켜보며 대응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환구시보도 “중국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분위기가 완화된 것인진 아직 알 수 없다”고 아직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