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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현기환 전 정무수석 등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인사들이 무더기로 검찰 송치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의 정치관여와 불법사찰 정황이 담긴 이른바 ‘영포빌딩 문건’에서 이들이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경찰청 특별수사단(특수단)은 박근혜 정부 당시 정보국에서 작성·배포한 위법 정보문건과 관련해 이 전 실장과 조·현 전 수석, 구은수·이철성·박화진 전 사회안전(치안)비서관 3명 등 총 6명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전 실장 등은 자신의 일반적 직무권한을 남용해 정보국 정보경찰에게 ‘정치·선거에 관여하는 성격의 정보’와 ‘좌파·진보 등 특정 성향의 인물·단체·세력을 견제하는 등 이념편향적인 성격의 정보’를 보고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비서실장 및 청와대 수석 회의에서 특정 안건을 상정해 해당 정보를 알아볼 것을 지시하고, 청와대 행정관은 경찰청 정보국 실무진에게 이를 전달, 보고서를 다시 받는 방식으로 정보경찰을 이용했다. 이들이 관여한 문건은 지방선거와 재보선, 총선, 국고보조금, 국회법, 성완종, 세월호특조위, 역사교과서, 원세훈, 진보교육감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보고서에는 총선 등 선거에 대한 전략을 비롯해 당시 논란이 됐던 진보성향 시민단체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원을 최대한 중단시키자는 내용, 국회법 개정안 관련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지 여부에 대한 조언, ‘성완종 리스트 문제’에 대한 수습 방안,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판 이후 정치적 부담 등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러한 정보경찰의 보고서가 단순 동향파악의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영포빌딩 문건에 대해 증거물을 분석한 결과 정치관여나 선거관여, 이념적 편향 부분에서 위법성이 의심되는 문건을 확인해 내사 및 수사 단계를 거쳤다”며 “이러한 보고서는 정보경찰의 일반적인 업무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봤고, 이를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시 경찰청장 등까지는 수사망을 뻗치지 못했다. 직접적인 지시의 정황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청장이나 차장, 정보국장 등에게 (정보보고서) 문건별로 보고하게 되고 상사들은 통상 승인을 한다”며 “(청장 등) 상사가 직접 불러서 보고서를 만들라는 진술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수단은 지난해 검찰이 영포빌딩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의 불법 정보수집 행위 정황이 담긴 문건을 발견해 수사에 나서자 경찰 자체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앞서 특수단은 지난해 10월과 11월 전 경찰청 정보국 정보2과장을 지낸 2명(2011년, 2012년 재직)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바 있다.
경찰은 이명박 정부 당시 경찰청 정보국에서 작성한 130여건의 정보문건에 대한 조사를 하던 중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정보국에서 위법성이 의심되는 정보문건을 작성해 배포한 사실을 확인, 지난해 8월 전담수사팀을 추가로 편성해 수사에 들어갔다. 압수수색과 문건 위법성 분석, 증거자료 확보, 관련자 조사 등을 벌여왔다. 특수단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참고인 34명, 피의자 6명 등을 상대로 약 72회의 조사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