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를 시행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폭증해 의료 시스템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의료계와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은 22일 정부가 병상·의료인력 부족에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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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이후 3주 만에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속도로 늘어나 3000명대를 기록한 가운데 위중증환자는 500명을 넘어섰다. 불평등끝장넷은 “서울은 며칠 전부터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80%를 넘었고 수도권은 83%에 이르렀다”며 “병상대기 환자도 800명대로 사실상 환자를 치료할 병상이 포화상태”라고 지적했다.
병상도 문제지만, 환자를 치료할 의료 인력도 모자라 현장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기존보다 4~5배의 간호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간호 인력들은 극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은영 서울대학병원 간호사는 “어렵게 병상을 마련해도 우스갯소리로 ‘소는 누가 키우나’라고 자조적인 대화를 한다”며 “누군가 간호업무를 해야 하는데 인력에 대한 계획은 없고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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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권위원장은 “의료 현장은 제대로 된 인력확충도 없이 시행된 정부의 ‘위드 코로나’로 지칠 대로 지쳐 있다”며 “더 갈아 넣을 의료인력조차 없는 상황에서 고위험군인 고령층과 사회적 약자들의 생명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 간호사도 “유행 시기마다, 확진자 수가 증가할 때마다 병상 부족, 인력 부족 얘기가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이 운에 따라 생사가 갈린다는 것은 비극적인 일”이라고 규탄했다.
박정은 불평등끝장넷 공동집행위원장은 “위중증자가 대폭 늘어나는데도 확보된 병상 수가 적어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며 “공공의료기관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전환되면서 취약계층의 의료접근도 어려워지고 있는 실태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짚었다.
이에 불평등끝장넷은 민간병원의 비응급·비필수 자원과 인력을 코로나19 대응에 투입,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를 추진할 것과 함께 대선 후보들에게는 감염병 시대 공공의료에 관한 입장과 대안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시민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공공병원을 소진하며 의료진 개인의 희생에만 의존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며 “지속가능한 방역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사회 정책을 추진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