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스키 모멘트란 지난 1996년 타계한 미국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가 주창한 금융 불안정성 가설(Financial Instability Hypothesis)을 기반으로 한 개념으로, 과도한 부채에 기댄 경기 호황이 끝난 뒤 잠복해 있던 위험요인들이 갑작스럽게 현실화하면서 자산가격이 폭락하는 시점을 말합니다. 이날 은퇴를 입에 올린 저우 총재는 작심한 듯 “(중국내) 기업과 지방 정부 부채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고 가계 부채도 너무 빨리 늘어나고 있다”며 “이런 경기친화적인 요인이 너무 많아 과도한 낙관론이 형성된다면 민스키 모멘트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후 그의 발언이 원론적인 수준이었다는 식으로 해석되면서 진정되긴 했지만 중국의 높은 부채 수준에 대한 우려가 새삼 부각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
이는 비단 중국만의 위험은 아닐 겁니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지난 10년간 벌여온 유동성 파티는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전세계 주요 자산가치를 마구 끌어 올렸습니다. 넘치는 돈에 투자 리스크는 잊히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서서히 실물경제와 자산가격 간 괴리가 커진다면 시장에는 불안심리가 급속도로 퍼지게 되고 금융시장 긴축과 맞물리면 자산가격 급락이라는 재앙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제각각 정도의 차이가 다를 뿐 이것이 바로 그 옛날 민스키가, 그리고 현재 저우 총재나 전세계 중앙은행들, 모든 시장참가자들이 우려하는 대목입니다.
이번 제26회 이데일리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을 보면 최근 우리를 걱정시켰던 조선이나 건설, 해운, 민자발전 등 주요 산업군에 대한 시장 우려가 크게 줄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워스트 레이팅(Worst rating)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던 기업들에 대한 걱정의 수위도 꽤나 낮아졌습니다. 작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신용등급 상·하향 기업수나 역대 최고였던 신용평가 3사에 대한 신뢰도 역시 실물경제 상황이 안정됐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다만 이런 상황을 골디락스(Goldilocks·경제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아 성장이 이뤄지는 가운데서도 물가가 크게 뛰지 않는 상태)라는 자족적 표현으로 넘겨 버려선 안될 겁니다. 장기 저금리에 싸게 차입이 가능하고 금융시장 활황에 주식과 채권을 찍어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상황이 기업 재무여건을 개선시켰지만 이는 천년만년 계속될 순 없는 노릇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부터 서서히 통화긴축으로 정책 기조를 돌리고 있습니다. 지금의 실물경제 안정이 자칫 민스키 모멘트라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기업들 스스로 그 어느 때보다 체질 개선과 사업구조 개편 등에 나서야할 때입니다. SRE 역시 그 과정을 지켜보고 견제하고 힘을 보태는 동반자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