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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검찰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미·이란 전쟁 발발 직후 국내 정유 4사는 상당량의 원유를 이미 비축해 가격 급등의 필연적 사유가 없었음에도 일제히 전례 없는 규모로 입금가를 폭등시켰단 혐의를 받는다. 수사 결과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가격결정 부서 책임자들은 SK에너지가 HD현대오일뱅크보다 30~40원 더 높은 방식으로 가격을 올리기로 담합했고,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이 담합 가격을 그대로 추종하는 ‘의식적 병행행위’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런 담합은 전쟁을 틈탄 일시적 일탈이 아니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가 이미 2024년 7월경부터 상호 입금가 정보를 공유하며 시장점유율을 공고히 다져온 사실을 확인했다. A씨는 애초 HD현대오일뱅크에서 ‘SK에너지 가격 정보 담당자’로 활동하다 지난해 8월 가격결정부서 책임자로 전격 발탁된 뒤 전쟁 직후 가격 폭등 담합을 주도한 핵심 인물로 지목됐다.
검찰이 확보한 GS칼텍스·에쓰오일 가격결정부서 대화방에는 ‘소문엔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는 익일 가격 적용으로 한다고 하네요. 부문장님께서 타사나 알 입금가 보고 결정하자고 하네요’, ‘어제 제품가 또 10불 오름. 미친듯. 오늘 가격 100원 더 올린다. 우리 올해 2조 벌 듯’ 등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검찰은 이 같은 병행행위가 경쟁질서를 교란하는 전형적 행태이나 현행 공정거래법상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며 GS칼텍스·에쓰오일 임원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검찰은 SK에너지·HD현대오일뱅크의 직접 담합 규모는 14조 2000억원, GS칼텍스·에쓰오일 두 회사의 병행행위에 따른 파급 효과까지 더하면 약 26조원 상당의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검찰은 유가 상승의 고질적 원인으로 지목돼 온 ‘전량구매계약’·‘사후정산제’ 관행도 함께 겨냥했다. 정유 4사는 자영주유소와 전량구매계약을 맺은 뒤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정한 가격에 석유 전량을 구매하도록 강제하고, 이를 어기면 반기·분기 매출액의 10~30%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계약 이탈을 사실상 봉쇄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주유소협회 설문에서는 자영주유소의 83.3%가 “실질적인 계약 선택권이 없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 같은 행위로 정유 4사 법인을 모두 기소했다.
이들 내부 메신저에는 ‘(다른 폴로) 못 가요. 가는 순간 손해배상 아작 납니다’, ‘소송을 통해 골탕을 먹여야 한다’는 취지의 대화도 확인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가 공정거래위원회 현장조사 착수 사실을 사전에 파악하고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정황도 포착했다. HD현대오일뱅크 법무실장 B씨는 경쟁사 가격정보 전산자료 삭제를 지시했고, GS칼텍스 국내영업 부문장 C씨는 가격결정 회의자료를 공유하던 사내 메신저 삭제를 지시해 각각 상당량의 자료가 유실됐다. 검찰은 이들을 증거인멸 및 공정거래법위반 등 혐의로 함께 기소했다.
아울러 HD현대오일뱅크·SK에너지·에쓰오일 3개사는 ‘민생물가 특별관리’ 대상인 휘발유 등의 판매가를 단기간에 대폭 올려 폭리를 취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산업통상부에 실제보다 낮은 판매가를 두 차례 허위 보고한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정유사들이 시간차를 두고 일방적으로 가격을 통보하고 상시적으로 타사 가격을 모니터링해 추종하는 방식이 담합과 정보교환을 쉽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라며 “산업통상부 등 유관기관과 관련 내용을 공유해 제도 개선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희석 부장검사는 “국가적 혼란을 틈타 유가를 교란한 피고인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국가 경제를 교란하는 공정거래사범에 법과 원칙에 따라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