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가치가 하락할 경우 10% 환헤지 정책이 환차손 부담을 낮춰줄 수 있다. 다만 환율이 장기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만큼 이번 전략 수정으로 오히려 손실이 커질 위험이 있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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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기금운용위원회는 이날 열린 제6차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환헤지 비율을 현행 0%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최대 10%까지 한시적으로 상향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최근 외환시장 불안이 높아진 만큼 환율이 급등한 후 안정화되는 과정에서 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03.1원)보다 2.3원 오른 1305.4원에 마감했다. 지난 10월 25일 장중 1444.2원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9.6%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금리 인상 영향으로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작년 8.96% 오른 데 이어 올 들어 현재까지 9.80% 추가 상승한 것. 특히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대까지 오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3월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처럼 ‘슈퍼 달러’가 이어지자 국민연금기금 투자수익률에도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100% 환오픈 정책’을 실시한 덕분에 달러로 투자한 해외자산을 원화로 환산할 경우 환차익이 발생해서다.
국민연금은 2018년 이후 환헤지를 하지 않고 ‘환오픈’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100% 환오픈 원칙이지만 전체 해외자산 중 5% 이내 범위에서 환헤지를 할 수 있다.
2021년도 국민연금 기금운용 성과평가(안)을 보면 국민연금은 원·달러 환율 상승에 힘입어 해외자산 전체의 원화기준 수익률이 작년 말 10.31%포인트(p) 오르는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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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국민연금기금의 자산별 수익률(금액가중수익률 기준)을 보면 대체투자자산이 16.24%로 모든 자산 중 가장 높았다. △국내주식 -25.47% △해외주식 -9.52% △국내채권 -7.53% △해외채권 6.01% △대체투자 16.24%다.
대체투자자산이 ‘플러스’ 수익률을 낸 이유에 대해 국민연금은 지난달 29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대부분이 이자·배당수익과 원·달러 환율상승에 따른 외화환산이익”이라고 설명했다.
◇ 해외IB “달러가치, 1년 후 하락”…환율 예측 불가능 문제도
그러나 앞으로 원·달러 환율은 추가 상승보다는 하락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내년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후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준비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빠르게 금리를 인상해왔고 정책 기조가 상당히 제약적인 상황이며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금 해야 할 일은 더 느린 속도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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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경우 그동안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 해외 투자은행(IB)들도 1년 후 달러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지난 12일 발표한 해외 IB들의 환율전망 평균치를 보면 12개월 후 달러·엔 전망치는 132.40엔, 유로·달러 전망치는 1.0760달러다. 지난 9일 기준 달러·엔 환율(136.56엔), 유로·달러 환율(1.0540달러)과 비교하면 12개월 후 달러 가치가 다소 하락할 것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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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위 관계자는 “이례적인 환율 상승이 다시 발생할 경우 안정화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외환 익스포저 규모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외환 익스포저’란 환율 변동으로 보유한 자산의 가치가 변동될 수 있는 외화표시 자산운용액을 말한다. 이 경우 총 외환 익스포저 규모는 미국 달러화(USD)를 기준으로 산출한다.
다만 이번 전략 수정으로 오히려 환차손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문제도 있다. 환율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움직일지는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향후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하락한다면 이번 환헤지 정책이 올바른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이 오히려 1500원대로 급등한다면 오히려 100% 환오픈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또한 이번 전략 수정으로 오히려 환차손이 발생할 경우 누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움직일지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환율 정책을 바꾸는 것은 민감한 문제”라며 “국민연금 기금운용 정책은 한 번 정해지면 계속 따라야 하기 때문에 길게 봤을 때 옳은 결정이었는지, 또한 그 결정에 따라서 수익률에 유·불리한 측면이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이냐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