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일가 회사·UAE, 수상한 관계”…외교·사업 동시에?

김윤지 기자I 2026.02.02 09:40:32

WSJ "UAE, 트럼프 코인 회사 지분 투자"
''스파이 셰이크'' 타흐눈 주도, AI 칩 확보 목적?
NYT "정부와 민간 기업 간 경계 흐려"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아랍에미리트(UAE) 왕실과 연계된 한 투자회사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의 가상자산 회사 지분을 거의 절반 가까이 매입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협상과 자신의 사업을 함께 진행했다는 점에서 적절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셰이크 타흐눈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국가안보보좌관(사진=AFP)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UAE 투자사 ‘아리암 인베스트1’이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며칠 전 차남 에릭 트럼프가 이끄는 가상자산 기업인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LF)의 지분 49%를 5억달러(약 725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아리암 인베스트1’은 UAE 왕족인 셰이크 타흐눈 빈 자예드 알 나흐얀이 후원하는 곳으로, 타흐눈은 UAE 왕족으로 UAE 국가안보보좌관이자 UAE 최대 국부펀드의 수장이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테러 대응부터 첨단 컴퓨터 기술 협력까지 다양한 외교 현안에서 미국과 UAE 간 중개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실내외를 막론하고 선글라스를 착용해 ‘스파이 셰이크’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타흐눈은 인공지능(AI) 기업인 G42의 설립자로, 바이든 행정부 시절 G42는 AI 칩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UAE와 중국의 긴밀한 관계로 인해 미국이 UAE에 AI 칩을 제공할 경우 핵심 기술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타흐눈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3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AI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UAE에 매년 50만개의 첨단 AI 칩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 G42는 해당 물량의 5분의 1을 배정받았다.

이번 계약으로 타흐눈 측근 두 명 또한 WLF 이사회에 합류했다. 계약 조건과 이사회 참여, 투자 시점과 규모 등에 대한 질문에 대해 WLF 측은 “회사의 성장에 가장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체결한 거래”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일가와 UAE 간 사업 관계는 정부와 민간 기업 간 경계를 흐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전문가들과 민주당 인사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LF와 UAE 정부 간 대형 거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UAE에 기반을 둔 첨단기술 벤처 MGX는 WLF가 출시한 스테이블 코인을 기반으로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 20억달러( 약 2조 9000억원) 규모를 진행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MGX 역시 타흐눈이 이끌고 있다. 이로 인해 WLF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중 하나로 올라섰으며, 해당 거래는 연간 수천만 달러의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됐다.

WLF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들과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 일가가 공동 설립한 기업이다. 트럼프 일가의 가상자산 투자 가치는 지난 1년간 최소 10억달러(약 1조 4500억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