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상장을 연기했던 새벽배송 플랫폼 컬리와 오아시스는 ‘1호 이커머스 IPO’를 두고 재도전에 나설 것으로 기대됐다. SSG닷컴도 재무적 투자자(FI)와의 풋옵션 행사 여부를 두고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당초 올해를 IPO 재추진 시기로 삼을 예정이었다.
상장을 노리던 이커머스 기업들이 지난해 줄줄이 철회를 선언하면서 재도전 시기를 가늠하던 중 악재가 터진 셈이다. 이미 한 차례 자본시장의 외면을 받은 경험이 있는 이커머스 기업들은 티몬·위메프 사태로 또다시 투심 악화로 위기를 맞게 됐다.
컬리는 지난해 말 처음으로 월간 영업전상각이익(EBITDA) 흑자를 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비용 효율화를 통해 흑자를 이뤄내는 등 내실을 다진 컬리는 지난해 1월 무기한 보류 선언을 했던 상장 작업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기대됐다. 컬리는 지난 2021년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JP모간을 공동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이커머스 업계에서 유일한 흑자 기업으로 꼽혔던 오아시스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흑자기조를 이어가며 실적을 견인했다. 오아시스는 감사보고서를 처음 제출한 2016년 이후부터 7년 연속 영업이익을 내면서 가장 유력한 IPO 후보로 꼽혔다. 공모가를 낮추면서까지 상장을 강행하려 했지만 FI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끝내 상장을 철회하고 연기했다.
지난해 9월 상장을 해야 했던 11번가는 상장 기일을 지키지 못하고 최대주주가 콜옵션마저 포기하면서 현재 매각 후보로 나온 상태다.
문제는 이커머스 기업들이 이번에도 IPO에서 고배를 마시게 되면 자금조달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투자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새벽 배송이나 유료 멤버십 혜택 등을 제공하며 최대한 많은 이용자를 확보해 락인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선 대규모 사업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IPO에 나선다 해도 투심이 악화해 기대했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게 되면 자금조달 규모도 쪼그라들게 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명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로 불리는 중국 이커머스의 국내 시장 영향력이 커지면서 토종 이커머스 기업들의 입지가 한 차례 흔들렸다”며 “이번 사태로 인한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상장을 준비하는 이커머스 기업들이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