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보다 얇은 공간에 ‘빛 레이저’ 세운 KAIST 김지태 교수

강민구 기자I 2026.01.06 09:07:05

KAIST, POSTECH과 3D 프린팅 기술 개발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반도체 칩 위에 ‘빛으로 계산하는 부품’을 촘촘히 올려놓을 수 있을까.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지태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머리카락보다 훨씬 얇은 영역에서 빛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수직형 나노 레이저’를 초고밀도로 배치할 수 있는 제작 기술을 개발했다. 나노 레이저는 전기 대신 빛으로 신호를 다루는 차세대 반도체의 핵심 소자로 꼽힌다.

KAIST와 POSTECH 연구진.(왼쪽부터) 김지태 KAIST 교수, 스치 후 박사, 노준석 POSTECH 교수.(사진=KAIST)
KAIST는 김지태 교수 연구팀이 노준석 포스텍(POSTECH)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초고밀도 광집적회로에 필요한 수직형 나노 레이저를 제작할 수 있는 초미세 3차원 프린팅 기술을 선보였다고 6일 밝혔다.

기존 반도체 공정의 주류인 리소그래피는 동일한 구조를 대량 생산하는 데 강점이 있지만, 소자의 형태나 위치를 자유롭게 바꾸기 어렵고 공정이 복잡해 비용 부담이 큰 편이다. 게다가 기존 레이저는 기판 위에 눕혀 만드는 수평 구조가 많아 공간을 차지하고, 빛이 아래로 새는 문제로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연구팀은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는 페로브스카이트를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았다. 전압으로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잉크 방울(아토리터 수준)을 정밀하게 제어해, 원하는 위치에 기둥 형태의 나노 구조물을 수직으로 직접 인쇄하는 방식이다. 재료를 깎아내는 복잡한 공정 없이 ‘찍어내듯’ 쌓는 방식이어서, 집적도와 배치 자유도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핵심은 품질이다. 연구팀은 인쇄된 페로브스카이트 나노 구조물의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어 빛 손실을 줄이고 레이저 효율을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프린팅 과정에 기체상 결정화 제어 기술을 결합해 결정이 거의 한 방향으로 정렬된 고품질 구조를 구현한 것도 특징이다.

기능 확장 가능성도 제시했다. 나노 구조물의 ‘높이’를 조절해 레이저가 내는 빛의 색을 정밀하게 바꿀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를 응용해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특수 장비로만 확인되는 레이저 보안 패턴을 제작해 위조 방지 기술로의 활용 가능성도 확인했다.

김지태 교수는 “복잡한 공정 없이 빛으로 계산하는 반도체를 칩 위에 직접 고밀도로 구현할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며 “초고속 광컴퓨팅과 차세대 보안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ACS Nano에 지난해 12월 6일 온라인판으로 게재됐다.

AI로 생성한 나노레이저 이미지.(자료=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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