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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70대 남성 A씨는 2021년 6월 별거 중이던 배우자 B씨를 상대로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을 냈고, 2023년 4월 1심은 이혼 청구를 인용하고 재산분할 내용을 정하는 양측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후 지난해 말 2심은 항소를 기각했고, 올해 4월 대법원도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1심 판결을 확정했다.
그런데 최근 A씨가 항소심 소송 도중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아들 B씨는 지난해 9월 A씨의 집에 방문했다가 숨진 부친을 발견했지만 신고하지 않고 시신을 비닐에 감싸 냉동고에 보관했다.
B씨는 숨진 아버지를 대신해 소송을 이어나갔다. 반년 넘게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시신을 상대로 심리를 하고 선고를 내린 셈이다.
현행법상 이혼소송은 본인 출석주의를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대리인 출석을 허용하고 있다. 변호사가 소송대리인으로 선임된 경우 본인이 출석하지 않아도 재판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번 사건은 지난 1일 B씨가 경찰에 “재산 관련 문제로 범행했다”며 자수하며 알려졌다.
대법원은 “법원은 당사자에 대한 주민조회 권한이 없어 직권으로 판결 선고 전 당사자 생존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이 사건의 경우 배우자 B 씨도 사망 사실을 알지 못했고 사망신고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변론을 이어가 생존 여부 확인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 개정을 통해 보안대책을 강구한다고 하더라도 당사자 출석 의무를 강화하거나 판결 선고 시 당사자 출석 조항을 마련하는 것을 상정할 수는 있다”면서도 “이 사건을 염두에 두고 모든 사건에 적용되는 조항 개정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