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대법관은 “대법관과 재판연구관이 아무리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하지만 이미 한계를 넘었다”며 “사법신뢰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사치스러운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진 외국처럼 상고를 제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이것이 불가능한 우리의 딱한 현실에서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고법원안’이 하루빨리 통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에서 제기하듯이 직역 이기주의를 내세워 반대할 때가 아니다”며 “지금 그렇게 한가로운 상황이 아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 대법관은 후배 법관을 향해 조언과 충고도 남겼다. 그는 “사건과 씨름하고 늦게 퇴근해서 TV나 보다가 잠을 자는 생활을 계속하면 (삶이) 무미건조해질 것”이라며 “(취미생활에) 1주일에 두 시간만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또 자신이 2009년 9월 취임하며 인용한 다산 정약용 선생의 ‘청송지본 재어성의’(聽訟之本 在於誠意-송사를 처리하는 데 근본은 성의를 다하는 것)를 언급하며 “재판은 당사자의 말을 듣는 청송(聽訟)이라고 했다. 당사자의 말을 성심을 다해 들을 때 비로소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경기 여주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나와 1983년 법관에 임용된 민 대법관은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청주지법원장을 거쳐 2009년 대법관에 취임했다. 그는 앞으로 임기 2년의 사법연수원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겨 후학 양성과 사법 연구에 힘쓸 계획이다. 이날 퇴임식에는 민 대법관의 부인 박선영(59) 전 의원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