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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초고액권 발행에 나선 배경엔 천정부지로 치솟는 인플레이션이 있다. 아르헨티나는 심각한 경제위기가 불어닥치면서 지난 5년간 화폐가치가 95% 급락했다. 지난 3월 기준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287%에 달했다.
만성적인 경제난으로 화폐가치가 곤두박질치자 소비자들은 소액 제품을 살 때도 뭉칫돈을 들고 다니고 있다. 결제 규모가 커지면 지폐를 배낭에 넣고 다녀야할 정도다. 아르헨티나 상점들이 현금거래를 선호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집권 후 페소를 버리고 달러를 쓰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지자 하이퍼인플레이션(초인플레이션)과 페소 가치 안정을 핵심 경제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또한 전 정부와 달리 재정 충당을 위해 무리한 화폐 발권에 나서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국내 채권자들이 보유한 단기 국채 이자 지급을 위해 여전히 화폐 발행을 지속하고 있다. 밀레이 대통령 취임 이후 중앙은행은 지난해 12월 133%에 달하던 기준금리를 5차례에 걸쳐 50%로 낮춘 상태다.
아르헨티나의 월간 인플레이션율은 조금씩 진정되는 분위기다. 작년 12월 26%로 정점을 찍은 후 3월 현재 전월비 상승률이 11%로 떨어졌다. 밀레이 대통령은 다음주 발표하는 4월 물가상승률은 한 자릿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올 연말 2만페소 지폐를 발행할 계획이다.
아르헨티나가 새로 발행한 1만페소 지폐는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인쇄조폐집단유한공사가 인쇄했다. 아르헨티나는 급증하는 지폐 수요를 내부에서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중국, 브라질, 스페인 등에서 화폐를 찍어내고 있다. 아르헨티나 1000페소 지폐 유통물량은 지난 1년 동안 2배 넘게 폭증해 이제 60억장을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