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박한 일정 속에 맞이한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를 두고 최중경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 이사는 1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가이드 역할이 절실하다”며 성공적인 제도 안착을 위한 핵심 과제들을 짚었다.
그는 “지속가능성 공시는 단순한 ESG 등급 부여와는 성격이 다르다”며 “우리 제조업이 글로벌 공급망의 새 질서에 편입하기 위한 필수 관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내년부터 시행되는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제도(KSSB)의 주요 쟁점으로 △법 체계 정비 및 표준 서식 마련 △스코프3 산정을 위한 추정 기준 수립 △내수 기업에 대한 예외 규정 적용 등을 제시했다.
최 이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대표하는 6인의 IFRS재단 이사 중 한 명으로 지난해 12월 선임됐다. 한국은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 장관,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에 이어 4회 연속으로 아·태 지역 대표 이사를 배출하게 됐다.
공인회계사 출신인 최 이사는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낸 뒤 2010년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2011년 지식경제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후 한국공인회계사회(KICPA) 회장 등을 지내며 산업·실물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세계은행 상임이사와 주(駐)필리핀대사, 한미협회장, 한미동맹재단 고문 등을 거치며 국제사회 네트워크도 두텁게 다졌다. 현재는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 1월에는 대외직명대사인 국제투자협력대사로도 임명됐다.
IFRS재단의 이사회는 전 세계 148개국이 사용하는 국제회계기준과 국제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제정한다. 또 산하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를 관리·감독하며 위원 임명, 예산 승인, 정관 개정 등의 권한을 가진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한국은 2011년 IFRS를 전면 도입해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이후 국제회계기준 제·개정 과정에 지속적으로 참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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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ESG와 지속가능성 공시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각도가 완전히 다르다. ESG는 “이게 바람직하니 해라, 너는 몇 점이다”라며 등급을 매기는 것이다. 지속가능성 공시는 기업이 계속기업으로서 갖는 기후 관련 기회와 위험 정보를 투자자에게 있는 그대로 내놓으라는 거다. 가장 쉬운 예가 해수면 상승 지역의 제조 공장이다. 매년 해수면이 몇 cm씩 오르는지 정보를 투자자한테 줘야, 투자자가 이 공장이 몇 년 뒤 침수 위험권에 들어가는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2027사업연도 도입과 관련해 우려되는 지점은.
△법-시행령-시행규칙-감독원 규정-세칙(공시 서식)까지 5단계를 밟아야 하는데, 과거 외부감사법 개정 때 이 5단계 거치는 데 2년 반이 걸렸다. 지금은 그걸 사실상 한꺼번에 해내겠다는 거다. 아직 법도 마련이 안된 상태다.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나중에 “이게 빠졌네”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2027년 실적을 2028년 공시하는 일정을 감안하면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공시 서식이 확정돼야 한다고 본다.
-가장 큰 쟁점을 꼽는다면.
△스코프3(간접배출) 측정과 추정을 구분하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 합치가 안 되는 분야다. 회계사인 나도 계산 방식이 굉장히 어렵다. 밸류체인(공급망) 전체, 그러니까 공급업체부터 최종 소비자까지 다 포괄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대상이 200개라면 100개가 배출량의 90%를 설명하고 나머지 100개가 10%를 설명하는 식이다. 그 10%를 위해 100개 기업을 일일이 계산하러 다니는 게 비효율적이니, 매출액 같은 변수로 추정치(프록시)를 넣자는 게 지금 논의다. 다만 몇 퍼센트를 기준으로 삼을지, 어디까지를 프록시로 볼지에 대한 이견이 여전히 크다.
-실제 기업에서는 어떤 어려움을 호소하나.
△포스코 사례를 들어보면 밸류체인상 관계사가 수백 개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중 100개 미만이 배출량의 99%를 설명한다는 거다. 나머지 1%를 위해 수백 개 회사를 다 정확히 계산할 거냐, 아니면 프록시로 추정할 수 있는 범위를 허용해줄 거냐가 지금 제일 쟁점이다.
-연결 대상에서 작은 자회사를 빼주는 방안도 논의된다고.
△모회사 자산의 10% 미만인 자회사는 첫해에 한해 공시를 면제해주는 방향이다. 다만 이게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탄소 배출이 많은 사업을 일부러 작은 자회사에 몰아주고 그 자회사만 쏙 빼면 전체 집계에서 빠지게 되니까. 그래서 유럽은 보고 경계를 끝까지 확장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아직 인프라가 안 갖춰진 기업들을 위한 유예 성격이 크다고 본다.
-그러면 국제 사회에서 한국 기준이 느슨하다 지적받는 것 아닌가.
△완화라기보다는 유예라고 봐야 한다. 유럽조차 가장 앞선 지역인데도 ESRS(유럽 지속가능성 공시기준)를 IFRS 기준으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자기네도 부담스러워한다. 우리도 제조업 비중이 압도적인 산업 구조를 감안하면, 서비스업이나 1차 산업 위주인 나라와 같은 수준으로 몸을 사리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다. 2011년 IFRS를 전면 도입할 때 이미 한 차례 충격을 겪었던 경험 때문에, K-SS1·K-SS2를 만들 때부터 그 충격을 완화하려는 노력이 반영됐다고 이해하면 된다.
-일본기업과 비교하면 한국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일본이 국내 기업보다 더 꼼꼼하게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지만, 이는 ISSB 기준을 먼저 도입해서 앞서가는 것뿐이다. 이미 몇몇 기업이 하고 있어 정보의 양이나 시기 모두 우리보다 빠르다. 우리도 이제 기준과 서식이 갖춰지면 곧 비슷한 수준에 이를 거라고 본다.
-‘기다리지 않고 끌고 가겠다’는 정부 입장 대한 평가는.
△하기 싫은 기업을 억지로 끌고 가겠다는 뜻이 아니다. 유럽 같은 주요 시장이 요구하는 기준을 못 맞추면, 신기술로 신제품을 개발해도 그 시장에 아예 진출을 못 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안 끼워줄까 봐” 미리 준비시키는 거다. “끌고 간다”보다는 “기업의 적응 능력을 높이도록 정부가 앞장서 길을 인도한다”는 표현이 더 맞다고 본다.
-내수 중심 중소 상장사까지 같은 수준의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나.
△개인적으로는 해외 진출 계획이 없는 순수 내수 기업이라면 완화해줄 소지가 있다고 본다. 다만 정부가 기후 대응이라는 대의적 가치를 더 중시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금 연결 대상 10% 미만 자회사 유예 기간이 1년에 그치는 걸 보면, 대의 쪽에 무게가 더 실려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국내 경제구조 특성에서 이게 꼭 옳다고 볼 수 있을지 논의할 여지는 있다고 본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최중경 IFRS재단 한국이사 인터뷰](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8/PS26081100327.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