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말해, 출연 계약 자체는 유효한데 등기만 문제가 있어서 취소된 경우라면, 재단은 여전히 건물을 쓸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파산 절차에서 등기만 취소되고 계약은 살아있는 경우, 그 효력을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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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는 서울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 연구단지 건물을 지었다. 2008년 8월 A사는 이 건물의 8층을 새로 설립하는 C재단의 기본재산으로 출연하기로 약속했다. 2009년 11월에는 C재단 앞으로 소유권 등기도 완료했다.
그런데 2010년 10월 A사가 파산했다. 이후 2012년 D자동차판매 주식회사 등이 “A사가 재단에 건물을 준 것은 채권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라며 소송을 냈고, 파산관재인 B씨가 이 소송을 이어받았다.
법원은 2018년 7월 “출연 자체는 문제없지만, 등기를 해준 행위는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C재단 명의의 등기가 지워졌다.
그러자 B씨는 다시 소송을 냈다. “등기가 취소됐으니 C재단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9년간 건물을 쓴 것은 불법”이라며 “그동안의 사용료를 내라”고 주장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급심은 “등기는 취소됐지만, A사가 C재단에 건물을 출연하기로 한 계약 자체는 유효하다”며 “출연 계약이 살아있는 이상, C재단은 그 계약에 따라 건물을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은 “C재단은 유효한 출연 계약에 따라 건물을 넘겨받았고, 건물 소유자로서 사용할 정당한 권리가 있었다”며 “파산 이후 등기가 취소됐더라도, 출연 계약 자체가 취소되지 않았다면 C재단은 여전히 건물을 쓸 권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은 “등기 취소 판결이 확정되고 실제로 등기가 말소되면, 그때부터는 건물을 사용할 수 없다”고 짚었다.
등기가 말소되면 A사가 C재단에게 다시 등기를 해주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C재단은 그 대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은 “C재단은 건물 가격만큼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되므로, 등기 말소 이후부터는 건물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결국 등기가 완전히 말소되기 전까지는 C재단이 건물을 사용한 것이 정당하므로, 과거 사용료를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이다.
대법원은 “피고의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정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원심 판단에는) 채무자회생법 제394조 제1항, 제397조 제1항, ‘파산관재인의 법률상 지위’ 또는 ‘부인권 제도의 취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