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달러 뭉치`도…명절마다 쌓이는 공항 분실물[르포]

이영민 기자I 2025.01.23 10:51:29

■인천공항 유실물관리소 가보니
선반마다 유실물 빼곡…주인 못 찾고 폐기되기도
2021년부터 매년 증가하는 설 연휴 유실물
유실물 통합포털에서도 습득물 조회 가능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명절 연휴보다 연휴 전후가 가장 바빠요. 여행을 떠나거나 귀국한 분들이 잃어버린 물건을 못 찾는 일이 많죠.”

설 연휴를 맞아 비행기로 국내외 여행을 떠나는 승객이 늘고 있다. 공항을 찾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명절마다 유실물도 늘어나지만, 주인을 제때 찾지 못해 매각되거나 폐기되는 양이 상당수이다. 공항 관계자들은 ‘골든타임’ 안에 분실을 접수하지 않으면 유실물을 되찾기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자신이 머물 자리를 돌아보는 습관을 들여야 하다고 강조했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유실물센터 창고에 각종 유실물이 가득 보관돼 있다.(사진=이영민 기자)
지난 22일 이데일리가 찾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유실물관리소에는 승객들이 잃어버린 물건으로 선반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센터 창고에 일렬로 세워진 선반에는 지갑과 휴대전화, 여권, 신분증, 여행가방과 겉옷 등이 습득일과 종류별로 분류돼 있었다. 창고 구석에는 신선식품을 보관하는 냉장고와 귀중품을 두는 금고가 있었다. 그 앞에는 6개월 이상 주인을 찾지 못해 기부시설에 넘기거나 폐기할 물건을 담은 상자들이 쌓여 있었다.

특히 여행객이 몰리는 명절 연휴마다 공항에서 물건을 잃어버리는 승객이 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24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맹성규 의원실이 인천국제공항에서 받은 유실물 현황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설 연휴기간 공항에 접수된 유실물은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설 연휴 나흘간 공항에 접수된 유실물은 608건으로, 하루 평균 152건씩 분실이 발생했다. 1년 전인 2023년에는 499건, 2022년과 2021년에는 각각 50건과 49건씩 분실신고가 접수됐다.

공항 구석구석을 다니는 청소도우미들은 유실물을 가장 많이 발견하는 이들이다. 인천공항에서 1년 넘게 근무했다는 정민(66)씨는 “하루에서 몇 건씩 휴대전화나 지갑, 옷을 화장실, 쓰레기통에서 발견한다”며 “800달러나 되는 돈뭉치를 주워서 유실물관리소에 맡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공항에서 근무하는 유모(35)씨도 “출입국 과정에서 신분증이나 여권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잦다”고 했다.

인천국제공항은 여객터미널과 탑승동, 교통센터 등 공항 안에서 발견된 유실물을 법정기간인 6개월 동안 보관하고 있다. 유실물관리소는 공항직원이나 승객에 의해 습득된 유실물을 경찰청 유실물통합포털(Lost112)에 등록해 주인이 되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6개월 넘게 반환되지 않은 물건은 유실물법에 따라 폐기되거나 기부기관 등에 매각 또는 양도된다. 단, 국내여권은 외교부, 신분증은 경찰청, 휴대전화는 ‘핸드폰찾기콜센터’로 인계된다. 외국여권은 습득일로부터 한 달간 보관하다가 각국 대사관으로 이관되고, 음식물은 당일이나 일주일 뒤에 폐기될 수 있다.

한 중국인 관광객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2층에 있는 유실물관리소에 유실물 접수를 문의하고 있다.(사진=이영민 기자)
이처럼 공항에 유실물관리소가 운영되고 있지만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승객이 적잖다. 이 때문에 명절 연휴에 생긴 유실물 중 절반가량은 반환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공항에서 만난 이종철(45)씨는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올 것 같아서 유실물 대처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며 “여행가방뿐 아니라 다른 소지품에도 연락처를 적어서 빨리 되찾을 수 있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송파구에 사는 김설아(22)씨도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몸에 붙는 가방을 많이 사용하면서도 유실물 관리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했다.

전영미 인천공항 유실물관리소 파트장은 “100만원 이상 고액현금도 하루에 1~2건씩 들어온다”며 “최근에는 블루투스 이어폰이나 스마트 워치 같은 고가의 전자기기도 많이 발견된다”고 말했다. 전 파트장은 “이틀 안에 관리소를 방문하거나 전화하면 50%는 반환되지만 이후에는 못 찾는 경우가 많다”며 “즐거운 여행을 위해 분실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앉은 자리를 늘 되돌아보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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