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국가공무원법 69조 '위헌'…성년후견 개시되도 공무원 신분 유지된다

성주원 기자I 2022.12.22 15:03:33

헌재, 국가공무원법 69조 1호 ''위헌'' 결정
"기본권 제한…사익 비해 지나치게 공익 우선"
재판관 6대3…이선애·이은애·이종석 반대의견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국가공무원이 피성년후견인이 된 경우 당연퇴직(자동퇴직)하도록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제69조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2일 대심판정에서 서울행정법원이 제청한 국가공무원법 제69조 제1호 위헌제청사건의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6대3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선고했다.

공무원의 당연퇴직 사유를 열거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 제69조 제1호 중 피성년후견인에 관한 부분인 제33조 1호가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피성년후견인이란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으로서 가정법원으로부터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받은 사람을 말한다. 국가공무원법 69조 1호는 공무원이 피성년후견인이 되면 자동퇴직한다고 정한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사진=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헌재는 이 법률조항이 기본권을 제한하고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피성년후견인을 당연퇴직사유로 규정해 공무원의 신분을 박탈하는 것은 기본권인 공무담임권을 제한한다고 봤다.

헌재는 또한 현행 국가공무원법에서 정신상의 장애로 직무를 감당할 수 없는 국가공무원에 대해서는 최대 2년 범위 내에서 휴직을 명하도록 하고 그 이후에도 복귀가 어려운 경우 비로소 직권면직 절차를 통해 직을 박탈하도록 하는 규정(70조, 71조)이 있는 만큼 피성년후견인이 됐다고 곧바로 자동퇴직하도록 한 69조는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고도 봤다.

헌재는 “당연퇴직은 공무원의 법적 지위가 가장 예민하게 침해받는 경우이므로 공익과 사익 간의 비례성 형량에 있어 더욱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며 “심판대상조항은 사익의 제한 정도가 과도하고, 성년후견이 개시됐어도 정신적 제약을 회복하면 후견이 종료될 수 있고, 이 경우 법원에서 성년후견 종료심판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춰 보아도 사익의 제한 정도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침해되는 사익에 비해 지나치게 공익을 우선한 입법으로서, 법익의 균형성에 위배된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결정은 헌재가 그 동안 능력주의는 직업공무원의 공무담임권 보장에 있어 중요한 가치지만 사회국가원리 등 다른 헌법적 요청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고 판시해 온 선례를 재확인했다.

한편 이선애·이은애·이종석 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결정에 반대의견을 표시했다.

대안으로 제시된 임용권자가 재량으로 공직의 상실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절차가 법원의 성년후견개시심판보다 공무원 본인에게 덜 침익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직무수행능력이 일시적으로 결여된 공무원의 경우 휴직제도 범위 내에서 회복기회를 가지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심판대상조항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의견이다.

또한 성년후견제도가 성년후견심판 절차 및 조사, 심리의 충실성과 객관성을 통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국가공무원법 69조로 인해 입게 되는 개인의 불이익이 공익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석태 재판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심판대상조항은 피성년후견인이 된 국가공무원의 복직 기회를 확정적으로 박탈하고, 고용기간 중 장애를 입은 사람의 복직을 도울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상 국가 의무의 이행도 어렵게 한다”며 “헌법의 수호, 특히 다수결의 논리 앞에 무력한 소수자와 약자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사명과 기능에 비춰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