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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가족계획법에서 피임을 포함한 시민의 생식 권리가 보호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낙태나 정관 수술을 원칙적으로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다만, 낙태나 정관 수술을 행하려는 의료기관은 지방정부 보건 당국의 승인을 획득해야 한다.
WP는 상하이·베이징·광저우 등에 위치한 대형 병원 18곳을 조사한 결과 12곳이 정관 수술 시행을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정관 수술을 시행하는 6개 의료기관 또한 결혼 증명서와 함께 자녀가 있다는 것을 입증할 것을 요구하면서 미혼 남성의 정관 수술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WP는 중국 징저우 시의 한 의사의 발언을 인용, “정관 수술은 이론적으로는 간단한 수술이지만 정부가 명시적으로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를 외면할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후베이성의 관계자는 “당국의 기본 정책은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라면서 병원 또한 해당 기조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에서 시행된 정관 수술 건수는 2015년 14만9432건에서 2019년 4742건으로 급감했다.
출산율 감소는 중국 정부가 해결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중요한 사회 문제다. 신생아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면 향후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면서 경제 성장이 정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지난해 인구 1000명당 신생아 수를 의미하는 출생률은 8.52명을 기록했다. 1978년 집계 이후 43년 최저치로, 중국의 출생률이 10명 아래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정부는 정관 수술 외에도 비의료적 목적의 낙태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밝힌 상태다. 중국 당국이 지난 9월 공개한 ‘중국부녀발전개요’에 따르면 정부는 여성의 생식 건강을 위해 오는 2030년까지 비의료적 목적의 낙태를 줄일 계획이다. WP는 중국 당국이 출산율 제고를 위해 낙태 규제에 이어 정관 수술 제한까지 꺼내 든 상황에서 더욱 강도 높은 조치가 잇따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급격한 인구 증가를 막기 위해 1970년대 ‘한가정 한자녀 정책’을 핵심으로 하는 ‘계획생육’을 도입한 중국 정부는 지난 5월 31일부터 세자녀 출산을 허용하고 출산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각 지방 정부도 육아휴직 시행, 영유아 돌봄 서비스 등을 앞다퉈 제공하며 출산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