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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4월 대전’이 끝났다.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벌어진 전쟁 아닌 전쟁 말이다. 27일과 28일 하루 사이로 국내 양대 경매사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은 ‘제160회 미술품 경매’와 ‘4월 경매’를 차례로 열었다. 추정가로 계산한 시장규모는 무려 300억원대(서울옥션 120억원, 케이옥션 180억원). 예고편이 화려할 수밖에 없었다.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집중공략한 아이템이 겹치면서 묘한 경쟁구도도 보였다. 대표적으로는 ‘김창열 대 김창열’ ‘이우환 대 이우환’이다.
다시 말해 이들 작가들이 양쪽 경매에서 자신의 작품들끼리 대결하는 상황을 보게 된 셈이다. 사실 이는 현재의 미술시장을 그대로 비춰낸 것이기도 한데. 올해 들어 반등은 물론 과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시장이 한쪽으로 ‘쏠려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니까. 어쨌든 한 차례 ‘대전’이 끝났으니 승과 패가 갈릴 터. 과연 어느 쪽의 김창열이, 어느 쪽의 이우환이 높은 성적표를 쥐었을까.
◇김창열 ‘2m 물방울’ 8억 3000만원…서울옥션 ‘경매 최고가’로 팔려
‘물방울’에 올라탄 김창열의 불패질주가 뜨겁다. 서울옥션에선 9점(10점 중 1점은 출품취소) 모두를, 케이옥션에선 12점 중 11점을 팔아 21점 중 20점을 낙찰시켰다. 총액으로 보면 서울옥션에선 19억 8750만원어치, 케이옥션에선 13억 700만원어치다.
양쪽 경매에 출품한 20점을 통틀어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은 서울옥션 경매에 나선 150호(180.8×227.3㎝) ‘물방울’(Gouttes d’eau A.1·1976)이다. 8억 3000만원에 새 주인을 만나면서 서울옥션 이번 ‘경매 최고가 작품’으로 등극했다. 케이옥션에 나온 ‘물방울’ 중에선 ‘회귀 SA05025’(2005)가 2억 8500만원에 팔리며 케이옥션 출품작 중 제일 비싸게 거래됐다.
나뭇잎 한 장에 영롱한 물방울 하나를 올려 시선을 끈 ‘물방울’ 소품도 양쪽 경매사에서 똑같이 나왔는데, 엽서보다도 작은 크기의 ‘물방울’(연도미상·서울옥션)은 1350만원에, 2호 크기의 ‘물방울’(1970s·케이옥션)은 4100만원에 낙찰됐다. 600만원에 호가를 시작한 ‘2호 물방울’은 응찰자가 몰리면서 치열한 경합을 벌여, 이번 경매 ‘최다 경합작’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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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 ‘바람’ vs ‘점’ 대결 무산…‘대화’ 7억 4000만원 케이옥션 ‘경매 최고가’
‘이우환 대 이우환’의 대결구도는 시들하게 끝났다. 양쪽 경매사가 야심적으로 내놨던 대표작이 낙찰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옥션의 기대작 ‘바람으로부터’(1990)는 경매 직전 출품을 철회했고, 케이옥션이 내놨던 대표작 ‘점으로부터’(1980)는 유찰됐다. 두 작품은 각각 ‘추정가 별도문의’(시작가 15억원 예정)와 추정가 15억∼20억원을 달고 나서 경매 최고가로도 주목을 받았더랬다.
서울옥션은 회화를 앞세워 도자·판화 등 이우환의 작품 20점 출품하며 ‘특별 섹션’처럼 꾸리기도 했는데, 출품취소와 세라믹·테라코타 등이 유찰되면서 15점만 팔렸다. 케이옥션도 경매 전 15점을 예고했으나 역시 출품취소 등으로 13점만 내보내 그중 12점을 낙찰시켰다. 총액은 서울옥션은 15억 8300만원어치, 케이옥션은 25억 9200만원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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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옥션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은 공교롭게도 ‘대화’(Dialogue)다. 중앙에 점 하나로 캔버스를 압도한 작품. 서울옥션이 내놓은 하얀색 ‘대화’(2006·194.6×161.3㎝)는 5억 1000만원에, 케이옥션이 내놓은 주황색 ‘대화’(2014·162.2×130.3㎝)는 7억 4000만원에 각각 새 주인을 만났다. 시작가 6억 6000만원에 출발한 주황색 ‘대화’는 케이옥션 이번 경매 ‘최고가 작품’이 된 것과 동시에 새로운 기록도 하나 만들었다. 온라인 라이브 응찰로 성사시킨 최초의 최고가 낙찰이다.
◇봄바람 난 기록행진은 멈춰…낙찰총액 219억원 마무리
김창열·이우환 외에도 박서보의 ‘묘법’도 치열한 대전에 동참했다. 서울옥션에 나온 노란 색감이 도드라진 ‘묘법 No.070505’(2007)가 4억 3000만원이란 성적표를 받으며 처음으로 4억원대를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케이옥션에선 캔버스에 사선으로 그은 연필선이 도드라진 6호 소품 ‘묘법 No.20-75’(1975)이 1억 8500만원에 낙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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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는 좀 차분해진 듯하다. 지난 3월 서울옥션 ‘스프링세일’에서 달성한 국내 경매사상 ‘역대 최고 낙찰률 95%’, 케이옥션 ‘3월 경매’가 끌어올린 낙찰총액 ‘135억 8030만원’ 등등 ‘봄바람 난 기록행진’은 일단 멈췄다.
이번 ‘4월 대전’에서 서울옥션은 232점 중 193점을 팔아 낙찰률 83%, 낙찰총액 99억원을 써냈다. 케이옥션은 낙찰률 77%, 낙찰총액 120억원을 기록했다. 300억원대를 예고됐던 시장은 219억원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