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회장은 2010년 금호타이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최대주주 자리를 채권단에 넘겼고, 대신 금호타이어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부여받았다. 다시 매각작업에 속도를 높이려던 산업은행은 박 회장과 상표권 협상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면서 시간만 축냈다.
‘금호’ 상표권 사용조건을 두고 협상 끝에 채권단은 앞으로 20년간 금호 상표권 사용료로 최대 2700억원을 대신 부담하기로 하면서 가까스로 봉합했다.
막판에는 더블스타가 심술 부렸다. 금호타이어가 2분기 실적이 적자로 돌아서자 매각 가격을 애초 955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대폭 낮춰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상표권 사용료 부담에 매각가격까지 더 낮춘다면 ‘헐값매각’ 시비가 불거질 수 있는 상황까지 내몰리자 채권단은 매각협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M&A가 실패로 귀결되는 과정에서 금호타이어는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앞서 워크아웃 기간 설비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수요가 증가하는 고인치· 고성능 타이어 시장 상황에 대처하지 못했다. 여기에 매각 절차가 장기화되고 해외 영업력이 약화하면서 주력인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이 가파르게 하락했다. 2017년 상반기 누계 영업손실 규모는 507억원에 이른다. 신공장인 남경공장과 조지아공장의 가동률이 정상궤도에 이르지 못하는 점도 영업실적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
자금사정은 악화일로다. 올해 6월말 연결기준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성차입금은 1조6604억원 수준이다. 총차입금의 60.4%가 단기성 차입금인 셈이다. 같은 시점 현금성 자산은 약 1393억원에 불과하다. 금호타이어는 3분기에 약 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1분기 282억원, 2분기 225억원 적자보다는 줄어들긴 했으나 3분기 연속 ‘빨간불’을 기록했다. 채권단의 자금 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면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채권단은 현재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금호타이어 정밀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결과를 통대로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정상화를 위한 신규 자금 투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채권단의 자금 지원에 앞서 회사 자구안과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의 동의서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울 예정이다. 상표권 사용문제도 깔끔하게 정리해야 한다. 지난 9월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에 대한 경영권과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겠다고 구두로 밝혔지만, 시장의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다.
금호그룹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상표권이 정리되고 금호타이어 정상화 방안이 마련되면 재매각 절차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더블스타를 포함한 중국 기업이 금호타이어 재매각 일정이나 자금사정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면서 “다시 매각일정이 잡히면 관심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