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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는 지난해 미국애서 233만대의 차량을 판매했으며 이중 현지에서 생산한 차량은 127만대다. 나머지는 일본, 캐나다, 멕시코 등에서 보냈다. 일본에서 미국으로 수출한 차량 대수는 국내 전체 생산량(312만 대)의 약 17%에 해당한다. 대미 수출 중 20% 정도는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가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관세는 일반적으로 수입업자가 내기 때문에 토요타가 그 부담을 떠안게 된다. 토요타는 미국 내 차량 가격을 당분간 유지할 방침을 밝힌 만큼 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토요타는 미국에서 렉서스와 하이브리드차(HV) 등 수익성이 높은 차량의 판매 비중이 크기 때문에 신차 판매로 딜러에게 지급하는 장려금인 인센티브가 업계 평균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또한 원가 절감을 추진해 당분간은 관세 부담을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가 장기화되면 원가 절감만으로는 버티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이탈리아의 페라리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일부 차종의 가격을 최대 10% 인상한다고 밝혔다. 페라리의 슈퍼카 브랜드로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이 낮은 반면 토요타의 경우 판매량 감소로 직결될 수 있다. 골드만삭스 증권은 토요타가 차량 가격을 올리면 미국 판매량이 5~8% 감소하고, 2026년 3월기 영업이익 기준으로 6%에 해당하는 3400억엔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관세를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미국 내 생산 이전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 역시 단단치 않은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4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미국 내 생산 확대 결정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차량 가격 인상이든 생산 시설 이전이든 토요타의 공급망이 심각한 리스크에 직면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일본에서 오랜 기간 유지해온 연간 300만대 생산 체제는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토요타는 중소기업을 포함해 일본에서 총 6만개 거래처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일본 내 300만대 생산은 고용, 공급망, 제조 기술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차량 가격 인상으로 판매량이 줄어들거나 현지 생산이 증가하면 일본내 생산이 줄어들 수 있다. 북미 지역에서 전 세계 판매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렉서스는 주로 다하라 공장(아이치현 다하라시)과 토요타 자동차 규슈 미야타 공장(후쿠오카현 미야와카시)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미국 내 생산은 일부 차종에 그친다. 렉서스의 북미 지역 판매가 감소하거나 현지 생산이 진행되면 일본 공급망의 수익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여기에 엔진·변속기 등 자동차 핵심 부품도 5월3일 이전 25% 관세가 부과되는 점도 골칫거리다. 미국에서 조립하더라도 핵심 부품은 일본에서 수입하는 경우가 있어, 일본 부품 제조업체의 수익성에도 압박이 가해질 전망이다.
닛케이는 “자동차 산업은 자유 무역을 전제로 사업 모델을 짜고 세계 생산 체제를 구축해 왔으나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은 그 전제를 뒤집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9조엔 이상의 현금 보유고를 가진 토요타가 살아남는다 해도 중소기업을 포함한 국내 공급망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트럼프의 관세는 공급망 구석구석까지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