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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열풍, 반도체 만병통치약 아냐”
푸케 CEO는 “모두가 바라는 만큼의 속도로 회복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면서 “오늘날 AI가 없었다면 시장은 매우 암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 관련 서버 수요가 견조함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모바일, 개인용컴퓨터(PC) 시장의 수요 회복이 특히 더디다”고 말했다.
이에 ASML은 이같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단기 투자 계획을 연기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업계 전반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ASML CEO의 발언은 AI 열풍이 반도체 업황의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님을 보여줬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사실상 독점 생산한다. 삼성전자나 대만 TSMC 등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이나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를 위한 첨단 반도체 생산을 위해 ASML 장비를 사용해 ASML은 ‘슈퍼 을(乙)’로 불린다.
◇ 삼성·인텔 등 고객사 위기 여파
그런 ASML이 지난 15일 조기 공개한 3분기 실적 보고서를 통해 2025년 전망 하향 조정, 예상치를 밑도는 3분기 신규 수주를 알리면서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뉴욕 증시에 상장한 ASML 주가(ADR)는 같은 날 16% 하락했으며, 다음날에도 6%대 추가 하락했다. 이 여파로 반도체 주요 종목들도 일제히 급락했다.
로저 다센 최고재무책임자(CFO)도 같은 콘퍼런스콜에서 일부 주문이 2025년에서 2026년으로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AI 데이터 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강력하지만, 삼성전자나 인텔 같은 주요 고객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영향이 크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인텔은 경영난으로 독일과 폴란드에서 계획된 신규 공장 건설을 연기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부진한 3분기 실적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자동차 반도체를 생산하는 곡새들은 과잉 재고로 인해 장기적인 침체에 빠져 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 “中매출 비중 20%대로 ‘정상화’”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긴장도 ASML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과 네덜란드 정부의 반도체 대중 수출 제한이 강화되면서 ASML의 중국 사업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센 CFO는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중국 전망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에 “내년 중국 매출 비중은 20% 수준”이라고 답했다. ASML의 3분기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반 수준이다. 직전 분기 중국 매출의 비중도 전체 매출의 49%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다센 CFO는 “20%는 중국 사업에 대해 우리가 ‘정상적인 비율’이라고 간주하는 수치”라면서 “앞으로도 이 정도가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ASML 매출에서 중국 비중은 29%였으나,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를 대비한 중국 기업들이 주문을 대폭 늘리면서 올해 중국 매출 비중 또한 절반 수준으로 확대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당초 ASML은 16일 실적 발표 예정이었으나 하루 앞당겨 실적을 공개했다. 푸케 CEO는 이와 관련해 “기술적 오류”로 인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 사과했다.